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빈은채아빠 Apr 11. 2023

김구 <백범일지>

[내 마음대로 책읽기] 지도자의 삶

아마 25년 전쯤일 듯 싶다. 공학을 전공하며, 취업을 하면 "공돌이"나 "관리 부장"이 될 것이라고 농담삼아 말하던 때, 다니던 교회에 청년 담당으로 새로운 목사님이 오셨다. 늦게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가 되신 분인데, 기존에 보아왔 분이 아니었다. 설교의 메시지는 힘이 있고 분명했으며, 다른 청년들 뿐만 아니라 내게도 매주마다 마음을 동요케 했다. 삶이 변화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그분으로 인해, 지금의 내가 있게 되었다.


수많은 그분의 설교를 들었지만, 여전히 기억나는 것은 백범 김구의 예화였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의 자서전이라고 불리는 곳에서는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김구 선생님이 쓰신 자서전에서는 자신을 소위 "꼴통 어린이"로 솔직히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지도자란, 리더란, 자신의 약점도 솔직히 드러내야 하고, 단점을 감추거나 미화시키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이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그렇게 유명한 책을 이제야 읽게 되었다. 두 부분으로 되어 있는 <백범일지>는, 전반부에 김구 선생님이 자녀들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정말 자세하게 하고 있다. 어렸을 적 부모님 몰래 돈을 빼내 떡을 사먹으려다가 걸려서 매맞았던 일, 청년이 되어서도 자신이 잘못 판단했거나 실수했던 일들을 가감없이 들려준다. 후반부는 임시 정부 생활 10여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익히 알고 있는 인물들, 이봉창, 윤봉길 의사의 이야기를 김구 선생님의 목소리로 듣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김구 선생님은 한국민들이 문화를 발전시켜 세계에 선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력도, 군사력도 아닌, 문화의 힘으로 세계에 나가야 한다고 말씀했는데, 지금보니 한국이 세계를 호령하는 것은 문화의 힘이다. 선생님은 오늘날 K-culture 가 세계적으로 상당히 많이 스며들어 있는 것을 상상 하셨을까. 또한, 김구 선생님은 한국인은 자주적인 독립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한민족은 누구의 통치도 받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나라를 세워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이 되었다.


조각으로 흩어졌던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이 김구 선생님의 배후에 등장하니, 근대 역사서 한권을 읽은 기분이다. 눈물과 아픔으로 점철된 역사를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알까 싶다. 지금 그들이, 그리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화의 힘과 나라의 위상은 수십년전 조상들의 피값이라는 것을 알까 싶다. 나라도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어야지 싶다. 김구의 <백범일지>를 읽고.

작가의 이전글 김순영 <일상의 신학, 전도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