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대로 책읽기] 기적은 지속된다
나도 나름 '학자'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학자들의 연구 결과물에 대해서 때로 감탄을 넘어 압도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말은 긍정적이면서도 부정적인 말이다. 긍정적인 측면은, 학자들이 이루어낸 학문적인 성취가 엄청난 수고와 노력, 연구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의미이다. 부정적인 측면은, '과도한' 연구가 독자들의 손에서 책을 내려 놓고 덮어 버리도록 만든다는 의미이다.
"오늘날에도 기적이 일어날 수 있는가?"라는 한글 제목을 가진 이 책은 <Miracles>라는 간단한 제목을 가지고 있다. 신약 성경에 나타난 기적이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는지, 소위 은사지속론인지 은사중지론인지에 대해, 은사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지속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책이다. 이제 상권을 읽었을 뿐인데, '부정적인' 의미에서 많이 압도되었다.
하권을 읽으면 저자의 결론이 더 분명해 지겠지만, 상권만을 읽어도 저자가 하고자 하는 결론의 핵심은 명확하다. 즉, 오늘날에도 기적은 일어나고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말이다. 세계 곳곳, 구석구석에서 하나님은 병자의 치유가 일어나도록 하는 기적과 은사를 일으키고 계시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어찌 보면 너무도 명확한 내용을, 너무도 많은 연구를 통해서 제시하고 있으니, 압도당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초기 기독교의 기적에 대한 내용을 살펴 보고, 반초자연주의를 주장하는 데이비드 흄의 기적에 대한 철학적 입장을 너무도 자세하게 고찰하고 있다. 그 뒤, 제3세계와 아프리카, 아메리카, 그리고 서구 사회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기적의 다양한 사례를 끝도없이 제시하고 있다. 사실 흄의 기적을 반대하는 주장은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을 듯 싶다. 흄은 기적의 증인들이 교육을 받지 못한 합리적인 증인이 아니고, 오히려 무지한 사람들의 거짓된 주장이라고 치부하는데, 신약 성경에서부터 지금까지 너무도 많은 증인들이 다양한 기적의 모양들을 증거하고 있기 때문에, 흄의 철학적 논증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인지, 나의 짧은 지식으로는 의문이 들었다. 또한, 저자는 수많은, 아마 기적을 경험한 수백명의 증인들의 사례를 수백 페이지에서 나열하고 있는데, 이 내용도 상당히 압축해서 설명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어쩌면 "범인(凡人)"인 내가 이해하지 못한 저자의 학문적 성취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분량으로 독자를 압도한다는 생각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하권의 차례를 훑어보니, 끝까지 읽으려는 마음이 흔들리지만,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완주를 해보려 한다. 크레이그 키너의 <오늘날에도 기적이 일어날 수 있는가? (상)>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