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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Apr 19. 2023

kim, Soom <One Left>

[내 마음대로 책읽기] 슬프고 슬픈 역사

최근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다고 한다. 일본과의 건설적인 동반자가 되기 위해서는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보아야 한다고 말한 듯 싶다. 이런 말은 삼일절 공식 행사에서도 비슷하게 말해졌고, 어느 한국인 목사라고 자는 삼일절에 일장기를 떳떳하게 걸어놓기도 했다. 폴란드가 독일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나치의 깃발을 걸었다면 폴란드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그리고 독일은 무엇이라고 말했을까.


일본은 여전히 자신들의 잘못은 없다고 말한다. 1960년대 한국과의 협상을 통해서 과거는 이미 청산되었다고 말하고, 심지어 36년의 강점기 시절은 한국의 근대화를 이루어 주었기 때문에 한국이 오히려 일본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하는 일본 정치인들이 많다. 그러한 말을 듣고 자란 일본 청소년들도 엄청나게 왜곡된 역사를 진실인양 믿고 있을 것이다.


200,000명. 이십만명이나 되는 한국 소녀(!!!)들이 일본 군인들의 성노리개로 끌려가 길게는 6-7년동안 고통 가운데 살았고, 그중에 10%, 이만명만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물을 깃다가, 산에서 놀다가, 일본군에 의해 붙잡힌 소녀들은 만주의 일본군 기지의 위안소(comfort station. 사실 이 단어는 완화된 단어로 현실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철저하게 일본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단어니 말이다. 고통 받은 소녀들의 입장을 적실하게 나타낼 수 있는 표현이 없을까?)로 붙잡혀 갔고, 그들 가운데는 12-13살 어린이도 있었다. 내 딸이 13살인데.


이 소설은 수많은 생존 할머니들의 증언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93세의 평길(병길?) 할머니는 누구에게도 자신의 10-20대의 12년의 과거를 드러내지 않았다. 만주에서 돌아오고 5년 동안 살았던 부산의 일들은 간혹 드러내기는 하지만, 13살부터 7년 동안 고통 받았던 만주에서의 과거는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않았다. 어느 날 뉴스를 보다가, 마지막 남은 생존 할머니가 곧 사망하게 될 것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자신도 아직 남아 있는데, 자신이 그 처절한 곳에서 생존한 마지막 남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자신의 과거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 갈등을 한다. 그러면서 할머니의 13살 시절 경험한 내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소설 막바지에 마음에 결심을 한 할머니는, 자신이 아직 남아 있는 생존자임을 드러내기 위해 서울의 병원으로 가는 것으로 소설이 마무리된다.


처음에는 내 아이들에게 이 소설을 읽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러기에는 소설 속의 역사적 사실이 너무 사실적이어서 아직은 13살 딸아이에게는 권하지 못하겠다. 적어도 18-19살은 되어서 읽으면 좋겠지만, 그때도 딸아이는 충격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몇년 전, 글렌데일에 있는 "소녀상"을 아이들과 보고 왔었다. 한국의 가슴 아픈 역사를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일본인도 아닌 한국인들이(!) 이 소녀상을, 그리고 세계에 흩어져 있는 소녀상을 없애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니 어쩔 일인가. 어떤 한국인은 한국인 위안부는 강제성이 없는 자발적인 매춘 행위였고, 심지어 돈도 많이 벌었다고 공개적으로 말을 하는데, 분노가 치밀어 올랐었다. 어떻게 그렇게 무식하게 말을 할 수가 있을까.


한인 이민 2세대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역사가 무엇이라고 말하는지, 역사속 우리의 조상들은 어떤 고통을 겪어왔고, 우리가 누리는 삶의 평안함이 어떤 고통과 고난과 눈물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인지 알면 좋겠다. 피상적으로 알기 보다, 증인의 증언을 통해 아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다. Kim Soom의 <One Left>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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