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대로 책읽기] 만들어진 순교자?
한국계 최초의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재미작가의 소설이라는 말과, 한국전쟁 가운데 공산당에게 처형당한 12명의 목사들을 "순교자"로 부른다는 내용에 마음이 쏠려 읽게 된 소설이다. 1950년 가을 평양을 탈환한 한국군은 전쟁 직전 공산당에 붙잡힌 14명의 목사들 가운데 12명이 처형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장 대령과 이 대위는 그 사건의 진위를 파악하는 조사를 실시한다. 이 대위는 생존자 2명 가운데 한명인 신 목사를 통해 그 날의 진실을 알고 싶어 했지만, 신 목사는 그 날의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 평양의 신도들은 신 목사는 변절자며 "유다"라고 비난을 퍼붓고, 처형당한 12명의 목사들이 참다운 "순교자"라고 칭송했다. 장 대령 역시 그들을 순교자로 치켜 세우며 신자들을 위한 추모예배를 계획하지만, 이 대위는 그들 일부의 죽음이 "순교"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들은 공산당에게 목숨을 부지하며, 하나님을 부인하고, 살려달라고 외치다가 총살을 당했고, 오히려 신 목사는 끝까지 믿음을 지켰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신도들에게는 12명은 순교자여야 했고, 신 목사는 스스로 변절자임을 공개적으로 거짓된 고백을 함으로, 신자들의 믿음을 지키려고 한다.
순교하지 않았지만 순교자를 만들어 내려고 하는 것은, 교인들 사이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들이 믿고 따른 목사들이 목숨을 구걸하며 믿음을 버렸었다고 알려진다면, 그들이 가진 믿음은 흔들릴것이 뻔했기에, 신 목사 조차도 순교자 만들기에 동참을 한 것이다. 더군다나, 신 목사는 자신의 믿음 역시도 잃어 있었다. 영생에 대한 믿음 없이, 전쟁 중에 고통 당하는 신자들과 피난민들을 섬기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알고 있을 뿐이었다. 종교 지도자들이, 참다운 믿음을 설파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 조차 믿지 못하는 하나님의 존재를 신자들에게 선포했던 것이다.
이단 교주들의 명백한 범죄가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신자들의 "믿음"을 지키겠노라고 교주의 허울을 덮고 신자들을 회유하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것이지만, 이것이 비단 이단들만의 행태일까 싶다. 훨씬 더 많은 목사들이 자신들이 서있는 곳에서 예수님의 낮아짐을 본받아 성도들을 가르치며 이웃을 섬기는 삶을 살고 있지만, 일부 목사들은 꾸며낸 믿음, 겉모습만 믿음으로 치장한 채 교인들을 향해서 입에 발린 말만 하고 있다. 목사라는 타이틀이 부끄럽게도 말이다. 목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도 돈을 탐하고, 명예를 탐하고, 권력을 탐하고, 심지어 성을 탐하는 모습이 적지 않다. 입으로는 "하나님의 종"이니 "말씀의 사역자"니 "하나님이 보내신 선교사"라고 말하면서, 그들의 행태는 그저 자신의 통장에 돈을 더 많이 쌓고자 애쓰는 사기꾼들이 많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픈가.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소설 중반을 넘어가면, 이 대위와 신 목사의 갈등이 폭발하고 난 뒤에, 소설은 동력을 잃어버린 것 같다. 평양에서 철수한 이 대위는 부상을 입어 부산에 있는 병원에 입원을 하고, 신 목사의 행적은 오리무중으로 남아 있게 된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만들어진 "순교자"를 통해서, 만들어졌고 만들어지고 있는 기독교를 비판하고자 한 것일까? 전쟁으로 고통 당하며 죽음까지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님의 부재를 강조하려 한 것일까? 목사의 위치에서 믿음의 갈등을 겪는 사람을 보여줌으로서 기독교 진리에 금을 내려고 했을까? 어렵다. 김은국의 <순교자>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