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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Apr 27. 2023

미주한인재단LA  <길 위에 길을 내다>

[내 마음대로 책읽기] 개척 한인 디아스포라의 삶

한인 디아스포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이 책은 반가운 책이다. 한국의 미국 이만 역사에서 후손들이 기억할 수 있고 기억 해야 하는 인물들을 추려 다양한 저자들의 글을 통해 그들을 배우는 것은 기쁜 일이다. 미국의 한인 이민 역사 120년을 기념해서 출간된 이 책의 기고자들 가운데 친분 있는 몇 분들의 이름이 반갑다.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장단점이 있다. "미주 한인 이민 역사"라는 큰 틀을 제시하고 있지만, 각 인물들은 서로 다른 시대와 인생을 살아 왔기에, 한 자리에서 다 읽기 보다는 한 인물씩 시간 여유를 두며 읽는 것이 더 좋을 듯 싶다. 나는 그러지 못했지만.


책을 다 읽고 몇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첫째, 미주 한인 이민 역사를 만든 인물로 선정된 몇몇 분들은 "엄밀하게" 따지면 온전한 "한인 디아스포라"라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디아스포라"의 정의를 다양한 학자들이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디아스포라"는 "회귀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발적으로 고향이 아닌 타국에 머무르는 사람들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미주 한인 이민 역사를 만든 인물로 선정된 몇몇 분은 미국에 거주하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오랜 시간 동안 머물렀기에 그 정의에 조금은 어긋나 보인다. 아마도 미국에서 꽤나 길게 거주한 기간도 그러한 정의에 포함시킨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둘째, 여러 인물들을 선정해서 출판된 책을 읽으면서 자주 드는 생각은, 독자들에게 그 인물들의 일생에 대해 알게 되고 그들이 성취한 일들을 보며 감사 또는 찬사를 보내기도 하고, 그들과 같은 삶을 나의 자녀들도 살았으면 좋겠다고 독자들을 이끄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무엇인가 이루어야만 "역사"를 쓴 사람으로 대접하는 세상에서, 자녀들이 그러한 "역사"를 이루지 못하면 자칫 실패한 인생으로 여길 수 있는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한평생 평범한 그리스도인으로, 자신의 삶에서 최선을 다하며 이웃을 사랑하고 하나님을 경외하며 자녀손들에게 존경받는 삶도 또 다른 "역사"이기 때문이다. 물론, 출판의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겠지만 말이다.


셋째, 몇년 전 <참스승>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과 마찬가지로, 선정된 인물들의 삶과 업적에 대해 칭송하는 것이, 때로는 객관성이 결여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인간의 삶이란 완벽할 수 없고, 어느 누구라도 단점과 실수,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인물을 선정해서 출판하는 책들은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그들의 약점과 단점은 감추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인물을 입체적이고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칭찬 일색으로 글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 책의 모든 인물들에 대한 글이 그렇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 <길위에 길을 내다>는 중요한 첫 시도라고 생각된다. 아무리 캘리포니아에 한인들이 많이 살아도, 여전히 소수 민족으로 살아가는 나와 나의 자녀들은, 먼저 이민온 사람들이 닦아 놓은 터 위에서 조금은 더 나은 한인 디아스포라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헌신과 노력은 결코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내 아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눈에 잘 띄는 곳에 두어야겠다. 미주한인재단LA 발간의 <길 위에 길을 내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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