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빈은채아빠 May 03. 2023

조정래 <정글만리 1>

[내 마음대로 책읽기] 현대의 중국인

수년 전,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s Hollywood)에 아이들과 함께 갔었다. 아이들과 구경을 하며 오전 내내 놀다가, 캐노피가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점심을 먹었다. 작은 테이블 하나에 의자 4개, 그리고 햇볕을 가리는 캐노피. 무척 더운 날이었다. 땀을 식히며 점심을 먹는데, 단체 관광을 온 중국 사람들 여러명이 우리가 있는 캐노피 밑으로 들어왔다. "뭐지?". 점심을 먹고 있는 우리를 중국 사람들이 에워싼 꼴이 되었다. 더군다나 그들은 중국말로 큰소리로 떠들고 있었다. 마치 우리가 투명인간인 것처럼. 아이들은 혼란스러워했고, 그들도 더우니 잠시 쉬어가나보다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몇분쯤 지났을 때, 그들이 자리를 피하면서, 손에 들고 있는 쓰레기들을 테이블에 놓고 갔다. 우리는 아직 식사 중이었는데 말이다. 화가 나서 그들을 불렀다. 가이드가 있었으니 영어가 될거라 생각하고 가이드도 불렀다. 뭐하는 짓이냐고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런데 그들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듯 자기들 갈 길을 가버렸다. 내게 중국인의 인상은 그랬다. 학교에서 가르쳤던 학생들 중에 중국인들은 꽤 있었고, 박사과정에서 공부할 때도 중국어를 쓰는 동기생이 있었지만, 내게 중국인들의 인상은, 큰소리로 떠드는, 예의없는 사람들이었다.


한국 역사와 한국인을 주로 다루던 조정래 작가가 중국을 다룬 소설을 읽으며, 옛날의 기억이 문득 생각났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문명 10대 개조'라는 캠페인을 벌인 중국인들, '머리를 깨끗하게 깎자. 잠옷 입고 외출하지 말자. 아무 데나 침 뱉지 말자. 웃통 벗고 다니지 말자'등의 캠페인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터졌다. 내가 경험한 게 맞는구나 싶었다. 그런데도 중국은 경제력 2위로 등극을 했고, 요즘은 미국과 대등한 국력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소설은 중국의 양쪽 면을 보여준다. 만만디의 중국인들, 무조건 많고 큰 것을 좋아하고, 당원과 소시민의 철저한 계급 차이,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 자국을 위해 논리 보다는 자존감을 더 내세우는 그들의 이야기는 부정적이면서도, 한국보다 더 빠른 시간안에 경제 부국이 되고, "Made in China"를 우습게 볼 수 없을 정도로 기술 발전을 이룬 면은 의외의 모습이었다. 이러니 장님 코끼리 만지듯, 적은 정보만으로 중국이라는 나라를 완전히 이해했다는 오만은 버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과 일본의 상사원들이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그리고 시안에서 벌이는 무역 대결, 중국인 공무원들과 정치인들과의 "관시" 문화, 중국역사를 공부하는 중국 여학생과 한국 남학생의 국경을 초월한 연애 및 그들의 역사 인식에 대한 이야기 등을 통해 중국의 면면을 볼 수 있어서 재미있다. 그럼에도 이전에 읽었던 조정래 작가의 소설보다는 읽기가 조금은 버거웠던 것은, 나도 속으로는 중국과 중국인들을 깔보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조정래의 <정글만리 1>을 읽고.

작가의 이전글 유태화 <하나님 나라와 광장신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