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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Sep 04. 2024

스티븐 킹 <11/22/63> 2권

[내 마음대로 책읽기] 과거는 과거로 두자

예상했던 대로다. 영문판은 천페이지에 달하는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하는 분량이지만, 한글 번역본은 2번으로 나누어 읽으면서, 2권의 초반부는 지루함이 컸다. 하지만, 사건의 막바지를 향해 가면서 뒷내용이 궁금해서 삶의 우선순위를 조금 바꾸어가면서까지 다 읽었다. 재미있었고, 안타까웠고, 끔찍했다.


소설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1963년 JFK를 암살하려는 오스왈드를 막으려고 2011년에서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 제이크와, 미래에서 온 사람의 이야기를 믿어주고 제이크와 함께 하는 새디의 이야기는 재미있다. 저자도 후기에서 언급했지만, 소설은 상당한 역사성을 가미했어서, 텍사스 댈러스에서의 이야기는 사실적으로 보였다. 미국 역사를 많이 알고 있었다면, 1963년의 이야기가 눈앞에 더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았을까 싶다.


소설은 안타까웠다. JFK의 암살 시도를 막은 제이크는 새디를 잃게 된다. 2011년으로 되돌아 왔다가 다시 1958년으로 돌아가면 모든 것이 원상태로 돌아가게 되는데, 제이크는 1958년으로 돌아가서 새디의 삶을 원상태로 회복시키고, 2011년으로 다시 돌아간다. 80살이 다 된 새디를 만나러 간 제이크는, 새디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안도함으로 사랑을 대신한다.


소설은 끔찍했다. 물론 작가의 상상속 이었지만, JFK 암살 시도가 미수로 그치고, 세상은 더 암울한 곳이 되었다. 전쟁은 더 잦아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자연재해는 더 많아졌다. 오스왈드를 막으면 세상이 유토피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제이크는, 디스토피아가 된 세상을 보고 자신이 저질렀던 과거의 뒤틀림을 다시 회복시키려고 한다. 과거를 바꾼다고 해서 더 나은 세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까.


사람들은 지나간 일에 대해 안타까워 하며, "그때 이랬었더라면, 저랬었더라면"이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서 집착하는 것이 현재를 더 낫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얽매이게 되면, 오늘을 만족스럽게 살수 없고, 내일에 대한 기대를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소설은 이것을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그저 오늘을 살면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재미있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스티븐 킹의 <11/22/63> 2권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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