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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공정하다는 착각>

[내 마음대로 책읽기] 노력이 아니라 은혜다

by 은빈은채아빠

사회적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학 교육이 필요하며, 자신의 노력을 통해 대학 교육을 받고 사회적 상승을 이루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노력의 성취라는 개념은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깊이 뿌리내린 생각이다. 대학, 그것도 일류 대학에 입학해야 성공했다고 자부하고, 일류 대학을 졸업하고 일류 직장에 취직해서 높은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누리는 것은 너무도 합당하다는 생각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마이클 샌델 교수는 그러한 능력주의, 그리고 일류 대학 진학을 통해 사회적 상승을 이룬다는 학력주의, 또한 그러한 성취는 온전히 자신의 노력으로만 이루어진다는 생각에 반기를 든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이러한 내용을 학생들에게, 그리고 나의 가르침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이 많다. 대부분 대학 교육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추구하려는 학생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능력주의의 잘못된 지점을 언급하는 것은 모순처럼 들린다. 그렇다고 학생들에게 학력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직접 말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어쩌나.


저자가 기독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능력주의의 폐해에 대한 언급, 그리고 그 대안으로 제시한 것들은 기독교적 관점을 많이 품고 있다. 자신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 그것의 성취는 온전히 자신만의 노력으로 가능했다는 생각은 오만하다는 것 말이다. 자신의 노력 뿐만 아니라, 설명할 수 없는 운, 신의 은총, 환경의 변화 등, 예측하지 못하는, 노력으로는 도저히 채울 수 없는 영역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주장 말이다.


기독교인은 모든 것이 은혜라고 말한다.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로 당연한 말이다. 자신의 노력으로, 자신의 땀과 헌신으로 성취를 이루었다는 것은 오만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삶 속에는 은혜가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정이 자신을 더 겸손하게 만들고, 이웃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게 만들며, 공동 선에 어떻게 기여할지를 고민하게 만들 것이다.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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