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대로 책읽기] 역전된 천사와 악마
가톨릭 신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는 반전이 숨어 있는 소설이다. 궁무처장을 통한 반전은, 기독교인으로서 고민해 볼 수 있는 지점으로 생각의 방향을 이끈다. 궁무처장은 급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과학이 종교를 덮어 버리고, 사람들이 종교가 아닌 과학에 그들의 "믿음"을 두는 것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돌이킬 수 있을까 고민 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그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발전된 과학이 세상을 멸망시킬 수도 있을 때, 신의 이름으로 그것을 해결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신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상황을 만들어 냈다. 물론 소설은 궁무처장의 계획대로 결과를 내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일부 목회자들은 신자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는 말들을 종종 하곤 한다. 교회에 열심히 다니지 않으면, 십일조를 떼먹으면, 기도 생활을 하지 않으면, 성경을 읽지 않으면, 하나님이 분노하셔서 뭔가 잘못된 일이 일상에서 벌어지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오래 전 대학생일 때, 교회 선배 하나가 그 달의 십일조를 하지 못했는데, 교통사고가 나서 십일조 액수만큼 차량 수리비가 나갔다는 말을 하면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 감격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에게 하나님은 십일조를 반드시 받아가야만 속이 시원해 하는 속좁은 존재였을까 싶다. 그가 가진 '믿음'은 혹시 목회자들로부터 끊임없이 들어온 두려움을 일으키는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았을까 싶다.
저자는 종교를 '천사'로, 과학을 '악마'로 대비시킨 듯 싶지만, 결국 그러한 대결 구도는 역전된 것처럼 이야기를 끝마친다.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로서의 종교, 특별히 궁무처장, 그리고 악마인줄 알았지만, 사실은 천사의 역할을 하는 과학의 발전. 어쩌면 저자 댄 브라운은 천사와 악마의 역전을 독자들에게 의도하지 않았을까 싶다. 10년 전에 읽고 다시 읽었지만, 그때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다. 댄 브라운의 <천사와 악마 2>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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