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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Aug 30. 2021

[내 마음대로 책읽기] 기시미 이치로 <마흔에게>

존재로서의 행복

인생의 전반전을 지나 후반전에 들어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되었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 별로 실감이 안 나지만, 아이들이 크는 것을  때와 부모님이 늙으셨다는 것을 보면, 나도  나이가 많이 들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세상적으로   성공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민자로 미국 땅에서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며 견뎌온 세월을 생각해 보면, 학위를 성공이라는 범주에 놓을 수는 없겠다.

저자는 "존재"가 행복이라고 말한다. 십분 이해가 된다. 이는 기독교적 가치이기도 하다. 무엇인가를 이루어야 성공이고, 성공을 이루어야 행복인 것이 아니라, 그냥 나라는 존재가 하나님 앞에서 행복한 존재인 것이다. 샌드위치 속 햄처럼 노인과 젊은이들 사이에 끼어 있는 나이가 되었는데, 벌써부터 "나 때는..."이라는 꼰대로 바뀐 것은 아닌지 두렵다. 며칠 전, 오랜 기간 동안 공황 장애를 앓아온 분이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은 내 모습 이대로를 사랑하신다고 하셨어요. 그것이 너무 위로가 되었어요. 내가 아파도 하나님이 사랑하신대요."

저자는 "지금, 여기"라는 말을 많이 반복한다. 이미 지나간 과거에 얽매이는 것도, 아직 오지도 않을 미래를 염려하며 걱정하는 것도 대부분 부질없는 일이다. 오늘 하루를 기쁘게, 재미있게, 보람차게 보내면 그것으로 행복할 것이다. 상담사인 저자는 중년의 내담자들에게 "18살 때로 돌아가고 싶은지" 물어봤을 때 대부분이 아니라고 했다. 나도 그렇다. 왜냐하면, 지금껏 살아온 과거의 고통과 아픔, 어려움과 실패를 또 경험하고 싶지는 않다. 외국인으로, 유학생으로 어떤 고생을 하며 공부하는지를 미리 알았다면, 13년 전에 유학을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이 좋다. 오늘이 행복하다. 이전의 어려움과 아픔들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가 좋다. 내일도 좋을 것이다. 기시미 이치로의 <마흔에게>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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