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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Aug 31. 2021

[내 마음대로 책읽기] 오쿠다 히데오 <공중 그네>

서로에게 위로자가 되자

5개의 단편이 묶여 있지만, 신경정신과 의사 이라부가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놓여 있다. 뾰족한 물건을 보지 못하는 야쿠자 중간 보스, 공중 그네에서 추락하는 곡예사, 장인의 가발을 벗기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사위, 1루로 공을 송구하지 못하는 3루수, 소설을 쓰지 못하는 인기 여류 작가는 자신의 어려움을 가지고 이라부를 찾아간다. 하지만, 이라부는 정상적인(?) 정신과 의사가 아니다. 야쿠자를 무서워하지 않고, 뚱뚱한 몸으로 자신이 공중 그네를 타고 싶어 하고, 표지판에 낙서를 하러 다니고, 야구선수에게 야구를 배우고, 여류 작가처럼 글을 쓰고 싶어 한다. 그런 엉뚱한 모습을 보이는데도, 환자들은 자신의 증상이 한결 나아지는 것을 알게 된다. 황소가 뒷걸음치다가 개구리 밟는 것처럼, 이라부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데, 환자들은 증상이 낫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이거 완전 +아이 의사네"라는 말을 수시로 했다.

정신적인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이 강박이든 집착이든, 자신의 삶을 갉아먹는다. 그러한 심리적인 상태는 남과의 비교일 때도 있고,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할 때도 있고, 지독한 스트레스 때문이기도 하다. 야쿠자 보스는 자신만 그러한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라, 다른 야쿠자도 다른 모양으로 강박을 느끼는 것을 알고 위로를 받는다. 공중그네에서 떨어지는 곡예사는 남 탓을 하는 자신을 돌아보며 문제의 원인을 고쳐 나간다. 장인의 가발을 벗기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 의사는, 삶의 빡빡한 자신만의 규율을 느슨하게 하며 위로를 받는다. 송구를 못하는 야구 선수는 처음 야구를 통해 재미를 느꼈던 순간을 되돌아보며 위로를 받는다. 소설을 쓰지 못하는 인기 여류 작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삶에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위로를 받는다.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은, 많은 경우 지독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스트레스가 마음과 정신을 옭아매고 육신도 지배해 버린다. 그래서, 검사에서는 아무런 문제도 안 나타나는데 다양한 질병을 경험한다. 해결책은, 자신이 그러한 심리적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스트레스를 해결할  있는 창구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같은 경우에는, 스트레스와 맞짱을 뜨기보다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다. 아니, 내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면 좋겠다. 그래서 서로 위로자의 역할을 하면 좋겠다.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 그네>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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