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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Sep 01. 2021

[내 마음대로 책읽기] 박완서 <친절한 복희씨>

너무 발버둥 치지 말자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읽고 체험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책은 박완서 작가의 여러 단편 소설들을 묶어 놓은 소설집인데, 소설  대부분의 주인공은 70대의 노인들로서, 자녀들을 출가시키고 남편과, 혹은 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주인공 노인들은 자녀들과의 보이지 않는 벽을 느끼면서도, 그들의 삶에서 만족감을 누리며 살아간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단편은 <후남아,  먹어라> <촛불 밝힌 식탁>이다. 앞의 단편은 가난한 가정의 셋째 딸로 태어난 주인공이, 아들을  낳고 싶어 하는 부모님의 바람을 담은 이름 "후남"으로 살다가, 미국으로 시집을 오게 되면서 LA이나 라구나 비치 등의 지명을 언급하며, 남편이 식당 지배인으로 넉넉한 삶을 살다가, 어머니가 치매로 고생하며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에 30 만에 귀국하는 이야기이다. 치매로 아들들도 못 알아보는 어머니는, 미국서  "후남" 알아보고, 옛날 그랬던 것처럼 "후남아,  먹어라"라고 외치는데, 가슴이 아려왔다. 어머니는 셋째 달에 대한 안쓰러움과,  나아가 죄책감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살아오셨던  같다. ""이라는 매개는 몇십 년 전의 한국에서는 삶을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였으니까.

<촛불 밝힌 식탁>은 자식을 다 키우고 아들네 근처에 살고 싶어 하는 노부부가, 아들네와 마주 보이는 아파트에 사는 이야기이다. 아들네는 부모님이 자신들의 집에 찾아오는 것이 싫어서, 거실 전등을 꺼 놓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노부부가 맞은편에서 확인을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참으로 씁쓸했다. 부모란 그렇게 피하는 존재일까. 그런데, 나도 한국에 계신 부모님으로부터 이역만리 떨어져 산지 10년이 넘었으니, 그들과 별 차이는 없을 듯싶다. 한국에 나가본지 8년이 넘었다. 아들 부부와 손자 손녀를 얼마나 보고 싶어하실까. 이럴 때 보면 불효자인 것 같다. 그런데, 문득, 내 자녀들이 내게 그렇게 한다면 어떨까 상상해보았다. 아마 엄청 괘씸한 생각이 들겠지. 이기적인가 보다.

다른 단편들도 재미있게 읽었다. 대부분은, 주어진 환경에서, 세월이 흘러가는 데로 그대로 두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박완서의 <친절한 복희씨>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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