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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Sep 02. 2021

[내 마음대로 책읽기] 황석영 <강남몽>

땅이 돈이 되는 불공정 세상

유명 백화점 회장의 첩인 박선녀, 해방  밀정을 하다가 전쟁  정보기관에서 일하며 엄청난 부를 쌓은 김진, 부동산 사업을 하며 강남의 땅값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몸소 체험한 심남수, 지방에서 주먹 하나 믿고 상경해 폭력 조직의 우두머리가  양태, 가난한  딸로 백화점 지하 어린이복 매장에서 일하는 정아. 소설은 다섯 명의 중심인물을 중심으로,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 다섯 챕터로 나누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인물은 서로 연결이 되어 있고, 유명 백화점의 붕괴 이전의  과거로부터 이야기를 하고, 백화점 붕괴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해방 이후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강남형성사' 통해 역사적 사건과 사실에  인물을 녹여냈다. 서울 강남 개발을 통해 부를 축척한 사람이 있는 반면에, 몇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가난에 찌든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다.  있는 자가  많은 돈을 벌고,  없는 자는 여전히 제자리.

어쩌면 내가 돈이 없는 사람이라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 수 있지만, 땅이 돈이 된다는 것, 그것도 엄청나게 많은 돈으로 바뀐다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강 이남의 모래로 덮인 땅을 개발할 것을 미리 알고 권력과 재력을 가진 복부인들이 땅을 사고팔면서 많은 돈을 벌었다. 평당 몇백 원 하던 것이 몇십만 원으로 껑충 뛰었고, 현재는 1억이 넘는 것도 같다. 물가상승률의 몇 배나 되는지 모르겠다. 돈 없는 사람은 어떻게 재산을 형성하라는 것인지.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한강>에 7,80년대의 성남시 형성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책에도 자세히 나온다. 가난한 자들은 외곽 지역으로 쫓겨나고, 아무런 부대시설조차 없는 곳에서 미래를 바라보면서 살아간다. 그들도 땅을 통해서, 집을 통해서 부를 축적하고 싶어 했다. 그 방법뿐이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은 너무 재미있는데, 한편으로는 공허하다. 황석영의 <강남몽>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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