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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Sep 03. 2021

[내 마음대로 책읽기] 장강명 <댓글부대>

교활하고 사악한 인간들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이라서  일을 소재로 쓰인 소설인 줄 알았지만, 전혀 다르게 한국의 SNS 문화와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알렙이라는 이름을 쓰는 3명의 청년들은 특정한 정치적 색깔을 가지고 있는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카페나 블로그 회원들의 분열을 이끌어내는 일을 한다. 10여 년  국정원 댓글 사건을 모티브로   소설은, 주로 진보적인 그룹의 분열을 위해 '댓글 부대' 고용한다. 아마도 정권 유지를 위해 반대파를 제거하려는 목적이겠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알렙의 한 명이 신문 기자와 인터뷰하는 장면이 교차해서 나오는데,  사람이 댓글 부대의 어두운 면을 언론에 양심선언하는 것이라고 믿었는데, 마지막 장면에 반전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결국, 그들도 정권에 이용만 당하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영화 <내부자들>에 나타나는 술집의 성적인 묘사들이, '저게 사실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꽤 사실적이라는 글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소설은, 그 영화보다 더 심했다. 글로 표현되었기 때문에 성적인 묘사가 훨씬 더 적나라했다. '이게 정말 있는 일이라고?'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좀 불편했다.

소설 자체는 상당히 재미가 있다. 작가는 소설이 철저히 허구라고 말하고 있지만, 알만한 연예인들 이름이 등장하기도 한다. 제주 4.3 평화문학상 심사위원들의 말처럼, 소설 자체는 흡입력이 상당히 강하다. 아마도 그러한 일이,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에서, 이처럼 교활하고 사악한 방법으로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장강명의 <댓글부대>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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