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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Aug 29. 2021

[내 마음대로 책읽기] 정세랑 <이만큼 가까이>

친구들이 그립다

일산, 파주가 개발되기 전에 그곳에 살던 주인공과 친구들은  시간에 한 번씩 오는 버스를 타고 고등학교를 같이 다녔다. 서로 성격이 다른 친구들은 각자의 성격에 맞게 어른이 되고, 다른 직업을 가지게 되고,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한다. 영화 미술을 하는 주인공은 틈틈이 친구들의 모습을 영상에 담았고, 세월이 흘러  영상을 보기도 한다. 서로 좋아하기도 하고,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하고, 사랑하는 친구를 의도치 않는 사건으로 잃기도 하고, 방황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지역에서 다른 직업으로 사는 친구들이 모이는 모습이 부러웠다. 8년 전에 한국에 갔을 때, 고등학생, 대학생 때의 교회 친구들을 만났었다. 부부 동반으로 말이다. 20여 년 만에 만났다. 기분이 묘했다. 나이를 먹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결혼에 아이들도 둘씩 있는 친구들을 보니,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보면서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외국에 오래 살다 보면, 친구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수밖에 없다. 소설 속 주인공의 친구인 송이는 뉴욕에 살지만, 한국에 들어갈 때마다 친구들을 만났는데, 나는 그러지도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8년째 한국을 못가보고 있다. 그렇다고 SNS로 친구들과 연락을 하며 지내지도 않고 있으니, 내가 관계를 잘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에 어머니를 통해서 친구 한 명이 많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다. 벌써 그런 병에 걸릴 나이인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 내가 많이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한 마음도.

소설이  밝다. 등장인물들도, 그들의 삶도, 이야기도 밝다. 소설 속이라기보다는 실제로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을  같은 생각이 들만큼 익숙한 캐릭터들이다. 그래서 나도 그들 중에 한 명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솔직히 들었다. 정세랑의 <이만큼 가까이>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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