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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Aug 29. 2021

[내 마음대로 책읽기] 유즈키 아사코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하루를 산다는 것

신기한 소설이다. 참신하고 상큼하다고 할까. 일본 작가의 소설은 하루키의 소설 정도였는데,  책은 전혀 다른 느낌의 소설이다.  책에는 4편의 단편 소설을 담고 있지만, 첫 번째 두 번째는 같은 주인공과 배경을 가지고 있고, 세 번째 네 번째는 서로 독립적인 이야기이면서, 첫 번째 두 번째 단편에 나온 주인공이 슬쩍 지나간다. 도서관에서 제목이 웃기고 재미있어서 빌려왔는데,  빌려왔다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 단편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는 제목 그대로의 내용이다. 매일 점심 도시락을 싸고 다니는 계약직 직원의 침울함을 보고, 팀장이 매일 다니던 서로 다른 점심 먹는 장소 (식당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에 주인공을 보내기 위해서 직원의 도시락을 대신 먹는다는 이야기 구조이다. 자신의 도시락을 직장 상사에게 주고 5일 동안 다른 곳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결국 자신의 침울함을 이겨내고 다시 직장 생활에 활력을 얻는다는 이야기이다. 까칠해 보여도 부하 직원을 향해 따뜻한 마음을 드러내는 상사의 모습이 좋아 보였다.

두 번째 단편은 첫 번째 단편 이후의 이야기가 진행되고, 세 번째 단편은 비행 청소년을 찾아 밤거리를 헤매는 고등학교 선생님의 이야기를 재치 있게 풀어냈고, 네 번째 단편은 직장 생활에 적응 못하는 20대 신입 사원이 빌딩 옥상에 Beer Garden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40대의 중년 직장인에게 삶에 대한 깨달음을 역시 기분 좋게 들려주고 있다. 일본에서 "유도리 세대"라고 부르는 Beer Garden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그래서 저 포기만은 빨라요. 아니라고 생각하면 바로 떠나서 다음 방법을 생각한다! 일일이 좌절하지 않는다! 몸을 움츠리고 멈춰 있는 동안에도 무언가는 할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오." 지금 내 상황을 응원하는 말처럼 들린다. 좌절? 그딴 거 집어치워 버리고, 움츠러든 듯 보이는 삶이라 하더라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 하루를 부지런히 열심히 살다 보면, 혹시라도 더 나은 삶이 다가올 수도 있겠고, 그렇지 않더라도 무덤덤히 또 다른 하루를 살아가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즈키 아사코의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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