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반복되는 걸까
작가 김중혁의 단편 소설 8개가 묶여 있는 책이다. 장편 소설을 읽을 때와 달리, 단편은 한 번에 여러 편을 읽게 되어서 곱씹지 않으면 내용을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웬만하면 단편집은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책 표지에 그런 말이 없어서 장편 소설인 줄 알았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우선, 작가가 붙인 소설의 내용과 제목의 상관관계를 좀 깊이 있게 생각해야 되는 경우가 있었다. 단편 "요요"나 "종이 위의 욕조", "뱀들이 있어"는 왜 그런 제목이 붙어 있는지 조금은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단편들은 작가가 붙인 제목을 보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단편 "픽포켓"이나 "힘과 가속도의 법칙", "가짜 팔로 하는 포옹", "보트가 가는 곳"은 소설을 읽고 제목을 다시 곱씹어봐도 잘 모르겠다. 나의 무지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 단편들을 읽으면서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단편 "요요"는 우리네 삶에서 시간이란 직선으로만 흘러가는 것인지, 반복이 되는 것인지를 생각하게끔 한다. SF 단편 소설인 "보트가 가는 곳"은 일직선으로만 흐르는 시간에 대해 말하는 것 같다. 단편 "픽포켓"은 무언가 분명하지 않은 시간 속에 서 있는 사람이 자신의 위치를 보게 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
8편의 단편 중에서 "요요"가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모든 사람들에게 시간은 공평하게 주어졌을 텐데, 요즘 나의 시간은 속도가 빠른 것 같다. 언젠가 40대에는 시간이 2년씩 흘러간다는 농담을 들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시침과 분침이 원을 그리며 일정한 시간 후에 같은 자리로 되돌아오는 것처럼, 내 시간은 반복이 되는 듯싶다.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은 또 오늘과 같겠지. 오늘 행복하게 살면, 내일도 행복하겠지. 김중혁의 <가짜 팔로 하는 포옹>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