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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Aug 26. 2021

[내 마음대로 책읽기] 정유정 <종의 기원>

인간은 어디까지 악할 수 있을까

공포 영화는 커녕, 조금이라도 우울하거나 상식적이지 않은 악인이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거들떠도 안보는 내가 정유정 작가의 책을 읽게 된 건, 먼저 읽은 <진이, 지니> 때문이었다.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능력과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에 매료되었고, 왜 많은 독자들이 작가를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고, 그래서 다른 책을 읽기로 하고 집어든 것이 <종의 기원>이다. 처음 책을 펼쳐 보고, 계속 읽을 것인지 망설였다. 살인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을 가지지 않는 사이코 패스 이야기인데다가, 그의 심리 상태와 살인의 방법이 너무나도 자세하게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중간까지 읽고 잠이 든 날, 소설이 내 꿈속에서 재연될까봐 겁도 먹었었다.

주인공 유진은 사이코 패스 중에서도 가장 상위에 있는 '포식자'이다. 타인에 대해 공감 능력이 없고, 피 냄새를 맡으면 살인 충동을 느낀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그 사람이 엄마이든 형제이든 상관이 없었다. 아무런 죄책감 없이 살인을 저지르고, 그 살인을 덮기 위해 또 살인을 저지른다. 10살때, 유진은 형을 절벽에서 밀었다. 정신의학자인 이모는 이미 유진이 사이코패스 성향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유진의 엄마는 어떻게든 자신의 아들로 키우고자 했다. 하지만, 큰아들 유민을 잃고, 아들을 찾아 바다에 뛰어든 남편을 잃은 유진의 엄마는, 큰 좌절감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목격한 것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는 착각으로 16년 동안 유진을 돌본다. 하지만, 유진은 늦은 밤 귀가하는 젊은 여성을 면도칼로 목을 베어 살해하고, 그 장면을 목격한 엄마를 집안에서 같은 방법으로 살해한다. 그리고, 엄마를 찾아온 이모 역시 같은 방법으로 살해하고, 마지막으로 친구이자 10년 전에 아들로 입양된 형도 사고로 위장해서 살해 한다. 내심 유진이 자신의 죄에 대해 처벌을 받으며 소설이 끝나기를 기대했지만, 입양된 해진이 모든 살인의 범인으로 지목을 받고, 유진도 해진이 살해하려 한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1년 후, 유진은 다시 거리로 나오게 되었고, 또 다시 피냄새를 맡으며 살인에 대한 충동을 강하게 느끼며 소설은 마무리가 된다.

작가는 악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지를 소설을 통해서 묻고 있다. 그리고 그 악은 시간이 지나면서 진화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나 자신도 그렇게 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소설을 통해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에 어느 정도는 동의가 된다. 다만, 악이 진화된다는 것을 믿기는 하지만, 이성적이고 상식적인 사람들이 세상에는 더 많아 보인다. 자신의 엄마와 이모를 살해하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식탁에 앉아 케이크를 먹는 사람이 세상에 몇명이나 될까. 자신의 살인을 감추기 위해서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인간은 악하다는 것에는 동의 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인간은 선한 존재이다. 물론 왜곡되고 뒤틀려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사회가  개인의 악이 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무엇을   있을까. 정유정의 <종의 기원>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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