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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Sep 23. 2021

프랭크 커닝햄 <나이듦의 품격>

[내 마음대로 책읽기] 감사와 수용의 삶

마음은 항상 젊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  나이가 실감난다. 10학년과 6학년 아이들이 언제 저렇게 빨리 자랐나 싶은 생각이 자주 든다. 가끔 농담으로 아이들에게 1 때로 돌아가 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중년 언저리에 가닿은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이 사실 슬프기도 하다. 무언가  도전하고 싶은 것들도 참아야 하고,  몸뚱이 하나만 건사하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서 신경  일이 많다. 포기해야 하는 것들,  책임을 가져야 하는 일들도 있다.


이 책은 75세인 저자가 나이가 든다는 것이 어떻게 영적 훈련이 되는지를 이야기한다. 나이가 들면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 있으면서, 할일없이 텔레비전을 보거나 가끔 산보를 나가고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전부일 수 있는데, 저자는 나이가 든다는 것이 영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다섯 가지의 나이듦의 영적 성장 요소를 제시한다. 곧 기억, 친밀, 쇠약, 감사, 수용이다. 기억은 오늘의 자신을 만든 과거를 반추하고, 그런 과정들을 통해 자신이 그 자리에 서 있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친밀은 주변 사람들과의 친밀함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 관계가 좁아질텐데, 그럴 때 일수록 가족 간에, 자녀간에, 친척 간에, 친구 간에 친밀함을 통해 삶의 안정을 누릴 수 있다는 말이다. 쇠약과 수용은 사실 비슷한 말로 들렸다. 즉,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의 육체적 연약함, 쇠약함을 인정하고, 그 사실을 수용하며, 결국 죽음을 향해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감사는, 매일의 삶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 모두에 대해 감사하라는 말이다. 결국 오늘의 자신을 만들어 준 것은, 수많은 감사의 일들을 통해서라는 말이다.


아직 75세가 되려면 남아도 한참 남았지만, 저자가 하는 말들에 많이 공감이 되었다. 어쩌면 인생의 반환점을 막 돌아나온 내게도 위로가 되는 말들이다. 어쩌다 보니, 아니, 내 욕심에 따라, 혹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유학을 하게 되었고, 학위를 마치고, 정착해서 살게 된 그 모든 과정에 행복하고 기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과거를 반추해 볼 때, 감사한 것이 참 많다. 고통과 고난을 통해서 오늘 이 자리에 내가 있는 것이고, 그리고 내 가족도 있는 것이니까. 그래서 감사해야 된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고들 한다. 요즘 나도 그렇다. 왜그리 시간이 빨리 가는지, 하루는 금방 흘러가고, 일주일도 금방 흘러간다. 하지만, 이러한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그 과정을 통해서 나 자신을 돌아보며, 무엇을 감사해야 하는지, 또 무엇을 불평없이 받아들여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영성'이나 '관상'이라는 말에 대해 가톨릭과 기독교의 정의가 다른  같다. 하지만, 어떤 정의를 받아들이더라도, 결국 인간은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 나이가 들어도 하나님과  가까운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듦의 영성이라는 것은, 나이가 들어서도 하나님과의 관계가  깊어지도록 주어진 하루를 감사함으로, 자신에게 닥치는 삶의 소용돌이를 수용하고,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 자세로 살아가면 좋겠다. 프랭크 커닝햄의 <나이듦의 품격>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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