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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Sep 22. 2021

장강명 <우리의 소원은 전쟁>

[내 마음대로 책읽기] 통일이 되면?

지금까지 장강명 작가의 책을 5 정도 보았다. 작가는 <표백> 통해 자살의 문제를, <팔과 다리의 가격> 통해 북한의 실상을, <댓글부대> 통해 인터넷 댓글 문화를,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통해 학교 폭력을, <한국이 싫어서> 통해 불공정한 한국 사회를 묘사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장강명 작가의 최고의 장편 소설은, 감히 <우리의 소원은 전쟁>이라고 말할  있겠다. 추천사를   영화감독의 말처럼, ' 장을 펼치는 순간, 마지막 장을 읽을 때까지 멈출  없었다'라는 진부한 표현이, 그저그런 표현이 아니라,  경우에도 정말 그랬기 때문이다. 500페이지가 넘는 장편 소설을 중간에 내려 놓을 수가 없었다. 다음 장면이 궁금해서 말이다.


소설의 배경은 북한이 붕괴되고, 과도 정부가 들어선 상태에서, 남한과의 통일은 뒤로 미루어지고, 겉으로 보기에는 경계가 모호한 서로 다른 두 개의 나라로 구분이 되어 있다. 북한 땅에는 평화 유지군이 파견되었고, 한국군도 같은 이름으로 파견이 된다. 하지만, 평양에서 먼 곳에서는 '조선해방군'의 이름으로 군인들이 지역을 통제하고 있다. 개성 근처의 작은 마을, 장풍에는 최태룡이라는 자가 건설 사업과 물류 사업으로 돈을 벌지만, 사실은 마약의 중간 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조선해방군'은 마약의 판로를 남쪽으로 확장하기 위해서 과거에 만들어 놓은 땅굴을 활용하기로 한다. 북한의 특수부대 출신인 장리철은, 북한의 붕괴 이후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자신의 옛 부대원들의 소식을 알기 위해 장풍으로 흘러들어오게 되고, 최태룡의 수하들이 옛 부대원들임을 알게 된다. 억울한 사연으로 엮인 장풍의 여자들을 돕게 된 장리철은, 최태룡과 '조선해방군'이 벌이는 일을 알게 되고, 여자들의 원한을 갚아 주면서 최태룡 일당을 모두 죽이게 된다.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소설을 읽으며, 주인공은 영화배우 현빈이 하면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공조>의 이미지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장리철을 돕는 은명화는 배우 전지현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소설이지만, 북한의 붕괴 이후를 대단히 현실적으로 상상했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적,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수도 없이 불렀지만, 정작 통일이 되면 남북한이 어떤 모습이 될지 상상하기 힘들다. 아마도 북한은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게 될 것이고, 북한에 쏟는 경제적 지원으로 남한의 경제는 휘청거리게 될 것이고, 시민들은 많은 세금을 내야 할 것이다. 서로 단절 된 채 수십년을 살아 왔기 때문에, 말만 통할 뿐, 다른 나라 사람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소설 속에도 등장하지만, 일부 교회들은 지금도 북한이 개방될 때 그곳에 복지 시설을 짓거나 교회를 짓기 위해 기금을 조성한다고 하는데, 그것이 정말 북한 주민들을 위한 것인지는 불분명한 것 같다. 정말 우리는 통일을 원하는 것일까.


작가는 제목을 <우리의 소원은 전쟁>이라고 지었다. '통일' 아니고? 소설을 읽으며, 작가는 북한이 붕괴되어도, 남북한은 여전히 '전쟁' 상황에 놓이는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물론 군사력을 통한 전쟁이 아니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인 전쟁 말이다. 또한,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과의 외교적 전쟁도 말이다. 소설로서 너무 재미있고, 진짜 같아서 두렵기도 하다. 장강명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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