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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Oct 17. 2021

한강 <검은 사슴>

[내 마음대로 책읽기] 서로에게 기댈 언덕이 되길

검은 사슴은 탄광의 깊숙한 곳에서  몸과 털이 까만 색이고 뿔이 달린 동물이라고 한다. 광부들이 막장에 들어오면, 검은 사슴은 바깥으로 나갈  있는 길을 안내해 달라고 광부들에게 애원을 하고, 자신의 뿔을 주고, 그리고 자신의 날카로운 이빨도 주지만, 광부들은 검은 사슴을 그대로   막장을 벗어난다. 검은 사슴은 피를 철철 흘리며 죽어가기도 하고, 어떻게 하다가 광산 바깥으로 나오면, 밝은 햇빛에 분홍빛 웅덩이가 된다고 한다.


소설 속에 나오는 4명의 인물은 모두 검은 사슴과 같다. 의선은 광부의 딸이지만, 출생 신고도 되지 않은 채 십대 초반까지 광부와 화전민의 딸로 살아가다가, 집을 나와 온갖 수고와 고초를 겪는다. 하지만,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인영은 잡지사 기자로 일하지만, 대학생 언니가 제주 바다에 빠져 죽고, 엄마도 잃고 난 뒤에, 어두움과 고요를 좋아하는, 남들이 보기에는 냉정한 사람으로 살아간다. 의선이 사라지고 난 뒤, 명윤과 함께 탄광촌으로 의선을 찾아 나선다. 명윤은 가난한 집안의 큰아들로, 십대 때 가출한 막내 여동생을 찾으러 다니지만, 몇년이 지나도록 찾지 못한다. 인영을 통해 알게된 의선에게 연민을 품게 되고, 의선이 사라지자, 인영과 함께 무작정 강원도 탄광촌으로 가고, 죽을 고비를 겪으면서도 의선을 그리워한다. 사진사 장은 광부인 장인이 죽고, 탄광촌을 벗어나기를 원하는 아내가 도망을 가도 잡지 못한 채, 탄광촌에서 사진사로 근근히 살아간다. 그는 광부들을 찍은 사진첩으로 잡지사 기자 인영과 인터뷰를 하지만, 삶의 짙은 그늘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소설은 전체적으로 우울하다. 어둡다. 해가 진 초저녁, '개와 늑대의 시간'과 같은 암울한 내용이다. 어두운 과거를 가진 인물들의 어두운 이야기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세상이 발전하며 더이상 석탄이 필요 없어지게 되자, 탄광은 폐광이 되고, 북적거리던 거리도 쓸쓸한 곳으로 바뀌게 된다. 그곳에서 사라진 의선을 찾던 인영과 명윤은 결국 의선의 흔적을 발견하지만, 결국 자신들의 자리로 되돌아가게 된다. 우울한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읽기가 쉽지 않은 소설이었다. 580쪽에 달하는 장편 소설인데다가, 어둠과 쓸쓸한 이야기가 계속 되기 때문일듯 싶다. 어쩌면, 저자는 우리네 삶도 검은 사슴과 같다는 메시지를 주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그러한 삶이  혼자만 겪는 삶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겪는 삶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그리고 그러한  가운데서도 서로를 향해 담을 쌓기 보다는 서로에게 기댈 언덕, 비빌 언덕이 되주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명윤에게 인영은 비빌 언덕이었고, 의선에게는 인영과 명윤이 비빌 언덕이었고, 인영에게는 명윤이 나중에 그러한 존재가 되고, 사진사 장에게는 인영이 그러한 존재로 조금씩 드러났으니까. 누군가의 기댈 언덕이 된다는 , 그것은 결국 기독교인들이 보여야  모습이 아닐까 싶다. 한강의 <검은 사슴>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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