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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Oct 19. 2021

고경일 외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

[내 마음대로 책읽기] 음식에 대한 나만의 추억

이 책은 소설가, 화가, 시인, 만화가, 건축가 등, 지식인들의 음식과 관련된 추억을 글로, 만화가는 만화로 들려주는 짧은 글 모음집이다. 특별한 재미를 주는 책이기 보다는, 그들의 음식에 대한 추억을 통해 나의 음식에 대한 추억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


많은 경우,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되면, 식탐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먹고 살다 보니,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는 말일게다. 하지만, 어린 시절 가난하게  나는 식탐이 없다.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어린 시절, 가난한 것을 친구들이나 다른 어른들에게 들키기 싫어했었던  같다. 생전  먹어본 음식 앞에서도 대수롭지 않은 척을 했고, 배가 고파도 남들 앞에서는 배고픈 티를 내지 않았더랬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한우를 먹어본 적이 없는  같고, 바나나와 같은 고급 과일은 먹어본 적도 없었고, 밥에 김치, 김치찌개나 된장찌개가 전부인 경우도 많았던  같다. 중고등학생 시절, 도시락 반찬으로 분홍 소시지나 계란 후라이, 소세지 볶음을 싸오는 친구들이 부러웠으면서도,  반찬에 손을 대려고 하지 않았었다.


한가지 특이한 기억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야간 자율학습을 하기 전, 식당에서 라면을 사먹을 때였다. 1500원인가 2000원이었던 것 같은데, 한 그릇을 막 먹으려고 할 때, 친구 하나가 한 젓가락을 먹자고 덤벼 들었고, 순식간에 절반 넘게 먹어 치웠었다. 그때는 왜 분노가 일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친구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게 되었다. "너나 다 쳐먹어라"라는 말과 함께. 복도에서 그 친구와 주먹 다짐을 하고, 다른 친구들이 말리러 왔었다. 그 뒤는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식탐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 것을 빼앗기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분노를 했었나 싶다.


책에 기고를 한 저자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한다. 수십년이 지났어도 뇌리에 박혀 있는 음식을 그리워 하고, 어머님의 손 맛을 기억해 내고, 우연히 들른 식당의 음식을 떠올린다. 그러한 추억으로 음식을 대하는가보다.


만화가의 글이 마음에 와 닿았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한숨부터 나온다. '오늘 아침엔 또 뭘 해먹지?'

세월이 수십년 흘러도, '오늘 아침엔 또 뭘 해먹지?'라고 묻는다.

이렇게 거대하고 어마어마한 숙제가 또 있겠는가?

선생도 없는데 음식이 평생 숙제가 됐다."

매일 아내가 나와 아이들에게 하는 질문이다. 뭘 먹을지 정하는 것이 너무도 어렵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음식에 대한 저자들의 이야기가 다채롭다. 고경일 외,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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