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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Nov 07. 2021

박완서 <노란집>

[내 마음대로 책읽기] 가보고 싶은 작가의 집

 책은 박완서 작가가 1998 서울 외곽의 작은 시골 마을에 정착해 살면서  글들을 작가의 따님이 모아 작가 사후에 출판한 책이다. 어떤 특정한 주제의 글로 묶여 있다기보다는, 그때그때 작가가  시골집에 살면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거나 보고 들은 것들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짧은 글들을 모아 놓은 수필집 정도라고   있겠다.


이미 박완서 작가의 여러 소설과 단편집, 산문집을 읽어보았기 때문에, 이 책에서 작가가 언급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낯설지 않다. 작가는 당면한 사건이나 이야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나누면서, 어렸을 적 경험을 회고하곤 한다. 그 이야기들은 이전의 다른 장편/단편 소설이나 산문집에서 읽어온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별로라는 말이 아니라, 친숙하다는 말이다. 반갑다는 말이다. 긴 시간 동안 옛날 이야기를 해 주신 할머니처럼 말이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글 속에서 작가가 1998년에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시골 집에 들어가 사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뿐, 작가의 글들이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에서 쓰여졌는지 알 수 있도록 날짜를 함께 알려 주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점이다. 몇몇 글들은 사건이나 언급된 인물을 통해서 작가가 그 글을 쓴 시점을 추측할 수 있었지만, 많은 경우 작가가 왜 그런 글들을 썼는지, 그 글을 쓸때는 사회적으로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를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날짜가 안 써있는 남의 일기를 엿보는 느낌처럼 말이다.


작가의 노년 시절 글들은, 이전의 글들 보다는   따뜻하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소설과는 다른 글쓰기 형태이기 때문이겠지만 말이다. 짧은 글들을 읽으며, 작가가 살았던 '노란집'   앞에 어른거리는  같다. 가보고 싶은 곳처럼 말이다. 박완서의 <노란집>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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