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대로 책읽기] 가보고 싶은 작가의 집
이 책은 박완서 작가가 1998년 서울 외곽의 작은 시골 마을에 정착해 살면서 쓴 글들을 작가의 따님이 모아 작가 사후에 출판한 책이다. 어떤 특정한 주제의 글로 묶여 있다기보다는, 그때그때 작가가 그 시골집에 살면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거나 보고 들은 것들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짧은 글들을 모아 놓은 수필집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이미 박완서 작가의 여러 소설과 단편집, 산문집을 읽어보았기 때문에, 이 책에서 작가가 언급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낯설지 않다. 작가는 당면한 사건이나 이야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나누면서, 어렸을 적 경험을 회고하곤 한다. 그 이야기들은 이전의 다른 장편/단편 소설이나 산문집에서 읽어온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별로라는 말이 아니라, 친숙하다는 말이다. 반갑다는 말이다. 긴 시간 동안 옛날 이야기를 해 주신 할머니처럼 말이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글 속에서 작가가 1998년에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시골 집에 들어가 사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뿐, 작가의 글들이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에서 쓰여졌는지 알 수 있도록 날짜를 함께 알려 주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점이다. 몇몇 글들은 사건이나 언급된 인물을 통해서 작가가 그 글을 쓴 시점을 추측할 수 있었지만, 많은 경우 작가가 왜 그런 글들을 썼는지, 그 글을 쓸때는 사회적으로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를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날짜가 안 써있는 남의 일기를 엿보는 느낌처럼 말이다.
작가의 노년 시절 글들은, 이전의 글들 보다는 좀 더 따뜻하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소설과는 다른 글쓰기 형태이기 때문이겠지만 말이다. 짧은 글들을 읽으며, 작가가 살았던 '노란집'이 내 눈 앞에 어른거리는 것 같다. 가보고 싶은 곳처럼 말이다. 박완서의 <노란집>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