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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Nov 16. 2021

박완서 <지렁이 울음소리>

[내 마음대로 책읽기] 전쟁을 겪어내는 젊은 청년

 책은 박완서 작가의 10주기를 기념해서, 작가의 초창기 작품들을 묶어 놓은 책이다. 단편소설 6편과 장편소설 1편이 실려 있다. 작가는 장편 소설 <나목>으로 등단을 했고,  소설을 보고 싶었는데,  책에  장편 소설이 실려 있어서 반가웠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을 읽었기 때문에, 소설 <나목>은 무척이나 익숙한 이야기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뒤, 서울의 주인이 두번씩이나 바뀌면서도 그곳에 살고 있는 주인공 '경아'는 작가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소설 속 경아는 미군 피엑스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들에게 일감을 주는 일을 맡고 있는 20, 21살로 나오고, 초상화를 그리는 사람들 가운데 진짜 화가가 등장하고, 그 화가는 박수근 화가였다.


소설 <나목>에서 주인공 경아와 화가 옥희도는 서로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이로 나온다. 경아는 오빠가 폭격으로 온 몸이 산산 조각이 나서 죽는 것을 보았고, 그로 인해 경아의 엄마는 온전한 정신으로 살지 못한다.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 경아는 엄마와의 관계도 온전치 못한 채, 옥희도씨에게 마음을 주고, 옥희도씨 역시 경아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다. 경아의 엄마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경아는 피엑스 직원인 태수와 결혼을 한다.


소설의 제목인 '나목'은 나뭇잎이 다 떨어진 나무를 의미한다고 한다. 옥희도씨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몇일 결근을 하고, 그 사이에 '나목'을 그리게 된다. 나목은 옥희도씨의 메마른 감정을 나타낸다고 경아는 말한다. 하지만, 나는 '나목'이 주인공 경아의 마음 또한 나타낸다고 생각된다. 지금으로 보면, 이제 갓 청소년 티를 벗어 버린 어린 여자가, 정신이 온전치 못한 엄마를 부양하며, 오빠들의 죽음을 목격한 트라우마를 간직한채,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삶이 나목처럼 보인다. 20살의 갓 청년이 된 여자가 미래도 알수 없는 전쟁통을 살아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다른 6편의 단편 소설들도 재미있지만, 어쨌든 작가의 경험에서부터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에, 조금씩 비슷한 면이 있기는 하다. 작가의 10주기를 기념하는 책을 출판하려고 했다면, 오히려 초창기 단편 소설들만을 따로 묶어 출판하고, 장편 소설 <나목> 한권으로 출판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단편과 함께 <나목> 읽고 나니, 내용이 조금씩 겹치면서, 주인공의 배경이 조금 헷갈리기도 하다. 또한,  제목을 <나목>으로 하지 않고, 단편 소설 가운데 하나로 정한 것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작가의 초창기 소설들, 연보를 보니 1970년대 초에 발표된 소설을 읽는다는 즐거움이 크다. 박완서의 <지렁이 울음소리>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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