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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Dec 12. 2021

제임스 헌터 <기독교는 어떻게세상을 변화시키는가>

[내 마음대로 책읽기] 세상 속 그리스도인

아주 오래 , 어린 시절 다니던 교회는 해마다 '새생명축제'라고 이름 붙인 (정확한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커다란 행사를 했었다. 두어달 정도의 여유를 앞두고, '출정식'이라는 것을 했다. 출정식을 하는 어느 주일날,  교구를 담당하는 장로님들이 주축이 되어서, 깃발을 만들고, 배너를 만들고, 마치 <삼국지> 나오는 전쟁을 앞둔 군사들처럼, 군가와 같은 음악이 나오면, 깃발을 들고 예배당 앞으로 장로님들이 나왔다. 목사님이 새생명 축제의 선언문 같은 것을 외치면, 교인들은 박수를 치고, 깃발은 예배당 천장을 찌를듯이 높이 솟구치고, 교인들의  함성이 외쳐진다.


이 책, <기독교는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는가>는 이러한 모습에 부정적이다. 애초에 저자는 기독교 우파의 "~에 대한 방어" 패러다임을 반대한다. 물론, 저자는 기독교 좌파의 "~에 대한 적합성"과 신-재세례파의 "~로부터의 정결" 패러다임도 반대한다.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며 이러한 개념들을 설명하지만, 단순하게 이해한다면, 저자는 제4의 대안, 즉 "신실한 내적 현존(presence)"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것은, 바벨론 포로로 가는 유대인들에게 예레미야 선지자가 선포한 말씀처럼, 바벨론 문화를 대적하거나, 융화되거나, 유대인으로서의 정결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살면서 결혼도 하고 자녀도 낳고 바벨론을 위해 기도도 하며 살아가지만, 유대인으로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그 문화 속에 들어가고, 그들의 일상적 경험을 통해서 하나님에 의해 선택된 사람들로서 그들의 독특한 정체성을 보여주라는 말이다. 이 책은 이 결론을 위해서 기독교가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욕망의 역사를 살펴보고, 세상 권력에 대해 3가지 영역 (기독교 우파, 기독교 좌파, 신-재세례파) 으로 정리하면서 분석, 비판하고, 그리고 3부에서 기독교인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제안하고 있다.


세상을 정복하고자 하는 오늘날의 일부 기독교인들의 자세는 수백년 전 십자군들과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어쩌면, 오늘 낮에도 동네 마켓 앞에서 "You will go to hell without Jesus" 라는 팻말을 높이 쳐들고 큰 소리로 외치는 사람들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오히려, 기독교인들은 어느 직업군에 속해 있든지 상관없이, 그 안에서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드러내는 삶을 사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눈을 부랴리면서, 예수 믿으면 천국, 그렇지 않으면 지옥이라고 외치는 것보다, 가까운 주변을 둘러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섬김의 모습을 이웃에게 보여주는 것이 더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한 예를 저자가 몇가지 제시하고 있는데, 한 예화가 마음에 와 닿았다. "마지막으로 한 여인이 있다. 그녀는 마트 계산대에서 물건값을 계산하고 식료품을 봉투에 담는 일을 한다. 그녀가 가진 영향력의 반경은 고작 6평방피트였다. 매일 그녀는 손님의 이름을 기억하고 가족들의 안부를 물어보면서 정말 열정을 다해 손님들을 맞았다. 그녀는 모든 대화를 그들의 가족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말로 대화를 끝냈다. 시간이 흐르자 이것이 문제가 되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그녀가 있는 계산대로만 가려 했고 그 결과, 그녀가 담당하는 계산대 앞에만 긴 줄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기다렸다. 그들은 그녀의 존재만으로도 위로를 받았기 때문에 그녀와 함께 있는 것을 즐겼다. 그녀가 은퇴하고 수년 후에 그녀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사람들로 교회가 가득 찼고, 그녀가 오랫동안 용기를 주었던 사람들이 끝없이 조사를 했다."


'새생명 축제' 앞두고, 군인들처럼 깃발을 높이 들며 출정식을 하는 것보다, 교인들의 삶이 세상과 다른 구별된 삶을 살도록 권면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신자들이 세상을 적대시하도록 만들지 말고,  세상 속에서도 그리스도인의 참다운 정체성으로 살아갈  있도록 권면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책은 조금 어려운 편이었다. 어려운 단어들이 많고, 문장이  편이었다. 원문이 그렇다 하더라도   쉬운 단어로 번역하며,  문장을  문장으로 끊어서 번역하면 어땠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해력이 부족한 탓이 크겠지만 말이다. 제임스 데이비슨 헌터의 <기독교는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는가>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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