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대로 책읽기] 인간의 잔인성
읽기 쉽지 않은 소설이었다. <삼국지>와 같은 소설인가 싶었는데, 말(horse)의 시선에서 전쟁을 보는 관점도 상당히 등장하고, 고대 역사 속 두 나라 사이에서 있음직한 사건을 상상으로 펼쳐 놓은 소설인가 싶었는데, 나라와 사람들 만의 이야기는 또 아니다. 판타지 소설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커다란 강 "나하"를 사이에 두고 북쪽에는 글을 사용하지 않고 정착해서 농사도 짓지 않는 "초"나라가 있고, 남쪽에는 글을 사용하면서 성을 쌓아 정착해서 사는 "단"나라가 있다. "초" 나라는 "단"의 성을 부수라는 선왕의 유언에 따라 왕 "표"가 군사를 이끌고 나하를 건너 "단"을 친다. "표"의 말은 "토하"이고, "단"의 군장 황의 말은 "야백"이다. 그 말은 전쟁을 누비며 인간들이 죽고 죽이는 전쟁을 목격한다. 두 말은 나하를 건너는 부교에서 만났고, 세월이 지나 "월"이라는 곳에서 재회도 한다. 전쟁을 누비며 뛰어 다녔던 두 말도 나중에는 짐을 나르다가 늙어 죽게 된다. "초"는 "단"의 성을 점령하고, "단"의 백성들은 "월"로 피난을 가며 소설은 끝맺는다.
작가가 소설을 통해서 하고자 한 말은 무엇일까 고민해봤다. 어쩌면, 전쟁의 잔인함과 명목없음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 아닐까. 인간 속에 내재한 야만성을 고대의 이야기를 차용해서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초"와 "단"은 인간의 존엄성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타인의 목숨을 마구잡이로 죽인다. 말(horse)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쓸모를 다하면 죽이거나 버려 버린다. 21세기가 혹 이러한 잔인한 시대는 아닐까 싶다. 나라 대 나라의 전쟁도 잔인하지만, 인간이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도 잔인함이 남아 있지 않을까. 물리적인 죽고 죽임은 아니라 할지라도, 남을 죽여야 내가 살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은 아닐까.
"함께(together)"라는 말은 참 좋은 듯 싶다. 한국 말의 "우리"라는 말도 좋다. "우리 나라", "우리 학교", "우리 동네". "우리"라는 말은 "너"와 "내"가 서로 죽고 죽이는 관계가 아니라 협력하는 관계, 섬기고 사랑하는 관계라는 뜻일 것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분노를 표출하고, 폭력을 휘두르고, 약자를 깔아 뭉개는 세상 속에서, 인간이 보여야 할 바른 모습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김훈 작가의 소설 가운데 가장 어려운 소설인 듯 싶다. 김훈의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