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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Aug 19. 2021

[내 마음대로 책읽기]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

존재로 인정받고 싶어서

한국을 떠나 호주에 살고자 하는 소설  주인공 계나와, 한국을 떠나 미국에 정착해하는 나와  동질감을 느꼈다. 주인공은 그야말로 한국이 싫어서 돌파구로 호주를 선택했다. 학벌과 경제력으로 사회적 진출의 마지노선이 정해지는 한국 사회의 구조에서, 더 이상 넘지 못할 담벼락 밑에 아등바등하고 있기보다는, 조금  나은 , 자신의 존재를 학력이나 경제력으로 판단받지 않는 곳에서 살고자 했다. 그렇다고 호주에서의 삶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었다. 호주 사회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면서 다양한 일을 겪었고, 그럼에도 주인공은 호주의 사회 일원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미국에 산지도 13년이 넘었다. 나는 한국이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한국 사회에서 내가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 자신은 없었다. 공부를 더 하고자 했고, 남들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는 학위도 받았다. 어찌어찌 미국에 정착하며 살다 보니, 소설 속 주인공의 마음이 많이 이해가 되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한국 사회에서 내 자녀들을 키울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앞섰다. 물론 미국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출신별, 인종별, 또는 경제력에 따른 계급은 존재하는 듯싶다. 하지만, 미국 생활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이렇게 말하면 미국에서 엄청 잘 사는 듯도 싶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것 가운데 하나는, 한국에서 많이 회자되는 "워라벨"이 한국보다는 나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특히나 아이들이 한국에 있었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다양한 활동들을, 이곳에서는 할 수 있으니, 공부만 하려고 학교와 학원으로 뺑뺑이 도는 한국 아이들보다는 훨씬 낫다. 생각해 보니, 내 아이들은 축구, 테니스, 수영, 수구, 농구 등의 스포츠를 해왔고, 시간이 날 때마다 산으로, 바다로, 호수로 바람을 쐬러 다녔다. 공부를 잘하지만, 공부만 하지는 않는 아이들의 삶을 보면, 호주를 선택한 소설 속 주인공의 심정이 많이 이해가 된다.

주인공의 친구들은, 만날 때마다 시어머니를 흉보고, 직장 생활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취직을 하지 못해 아등바등하는 사람들이다. 주인공은 그들에게 호주 생활을 추천하지만, 누구도 섣불리 그러마 하고 덤벼들지 못한다. 아마도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가졌던 그 두려움처럼 말이다.

소설이 마무리되면서, 주인공은 자신이 한국이 싫어서 한국을 떠났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한국 사회가 사람들을 몰아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 20대 청년들의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돈 있는 사람, 큰 기업의 회장, 좋은 대학을 나오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겪는 차별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지금도 사람들 사이에서, 특히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오는 것은, 아직도 한국 사회가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무조건 외국 생활이 좋다고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소설 속 주인공도, 그리고 나도, 외국 생활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경험을 했다. 인종 차별도 당해봤고, 초창기에는 영어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알았더라면 외국 살이에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는 내 존재로 인정받는 삶이 만족스럽다.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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