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같은 인생
"지난 세대의 과거는 업보가 되어 젊은 세대의 현재를 이루었다." 60, 70년대 서울의 산동네에서 가난과 씨름을 하던 사람들의 삶이 40년이 지나 그 다음 세대의 삶과 중첩이 된다. 가난과 처절하게 싸웠던 이의 40년 후의 삶은 또 다른 이의 삶의 가난으로 이어진다. 가난을 벗어난 이는, 과거를 잊었지만, 과거의 장면에 있었던 추억은 잊지 못한다.
소설은 40년을 사이에 두고,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서로의 시점에서 이야기된다. 그러면서, 군부 시절 건설 붐을 타고, 건설 회사는 부자가 되고, 집 없는 가난한 이들은 거리로 내쫓기는 일들이 반복됨을 보여 준다. 오늘날 여전히 젊은이들은 가난에서 발버둥친다. "N포 세대"라고 부른다는데, 어떨 때는 끈기와 근성이 없어 보이는거 아닌가 싶다가도, 사회가, 세상이, 어른들이 젊은이들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알바를 몇 개씩 하는 젊은이의 삶이 처량하다. 어른들이 돈이 되는 일을 하라고 하지만, 그것도 싶지 않은 것이 현실일 텐데. 어쩌면 나도 그들과 같은 선에 놓여 있지는 않을까. <해질 무렵>이라는 책의 제목은 더 이상 빛을 발할 수 없이 꺼져가는 한 인생을 보는 것 같다. 애처롭고 안타깝다. 황석영의 <해질 무렵>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