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빈은채아빠 Aug 20. 2021

[내 마음대로 책읽기]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인간성이 통제되는 멋지지 않은 세계

문명 발달로 인해 인간의 감정과 감성은 사라지고, 의도적인 평안함과 안락, 획일성으로 점철된 사회를 만들어 내고,  사회를 보는 바깥사람은 그곳 "멋진 신세계"라고 부른다.  말은 역설적이다. 남자와 여자가 느끼는 사랑의 감정, 여자의 출산, 아버지와 어머니로서의 역할, 역경을 이겨내는 끈기, 죽음, 결혼 등은 저질스럽거나 불필요하다고 느끼도록 사람들이 아기였을 때부터 조건화시킨다. 사람을 계급으로 나누어서, 지도자 격인 알파부터 시작해서, 베타, 감마, 델타 등으로 그룹을 나누고, 낮은 계급의 사람들은 단순한 일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끼도록 하고, '소마'라는 약을 통해서 언제라도 기분을 좋게 만들  있도록 한다.

주인공 버나드는 영국에서 뉴멕시코의 인디언 구역에 휴가를 가서, '신세계'에서 알파 계급이었던 여자와 그의 아들을 보고, 그들을 '신세계'로 데리고 가면 좋은 구경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국에 도착한 어머니 린다와 아들 존은, 사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게 되지만, 존은 그들의 사회가 인간답지 않은 사회임을 깨닫고, 홀로 지낼 곳을 찾게 되지만, 그곳에서도 동물원의 원숭이를 찾아 사람들이 몰려들듯, 존은 그렇게 살며 소설은 끝을 맺게 된다.

이성적인 것이 비상식적인 사회를 만들어 놓고, 높은 계급의 사람들이 손쉽게 사회를 통제하려고 하는 것은, 80년대의 군사독재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프로 야구와 같은 스포츠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정치가 아닌 곳으로 돌리려고 한 것처럼 말이다. 또한, 21세기 들어 보급된 스마트폰은, 대부분의 사람들을 그 작은 기계 없이는 살 수 없도록 만들어 버렸다. 식당에서 가족들이 식사를 하면서도, 각자의 스마트폰을 보면서 식사를 하는 것은 새롭게 나타난 문화라고 하기에는 상당한 거부감이 든다. 어쩌면 지금 세상이 '멋진 신세계'가 아닐까. 과학의 발달로 인해 사람들은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여유 시간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들은 '시간이 없다'는 말을 밥먹듯이 하고 있으며, 고립감은 더욱더 강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소설의 마무리는 개인적으로 아쉽다. 존이 '멋진 신세계'의 사람들에게 현실을 자각하게 하고, 그래서 그 세계가 점점 무너질 수 있는 도화선의 역할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반대로 존이 그 사람들로부터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상태로, 어찌 보면 어색하게 끝을 맺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세상은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작가가 주는 것은 아닌지. 암울한 결말이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읽고.

작가의 이전글 [내 마음대로 책읽기]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