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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Aug 20. 2021

[내 마음대로 책읽기] 장강명 <팔과 다리의 가격>

굶주림에 대하여

소설가 장강명의 소설인 줄 알았는데, 탈북자 지성호 씨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낸 책이다. 소위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절인 1990년대, 식량 배급이 없고, 어디에서도 먹을거리를 찾지 못해 굶어 죽는 사람들이 수십만 명은 되었다는 그때, 작가는 14살의 소년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북쪽  학포탄광 마을에 살던 소년은, 굶어 죽지 않기 위해 화물열차에서 석탄을 훔쳐 옥수수 가루와 같은 먹을거리로 바꾸는 일을 했다.  일을 하다가 붙잡혀서 죽거나, 굶어서 죽는 거나 매한가지였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동안 배급이 나오지 않아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기차에서 석탄을 가방에 넣어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리는 일을 하던 소년은, 어느  아버지 대신 열차에서 뛰어내리다가 다리 하나와 왼손을 잃게 된다.  겨울, 마취제도 없이 두 번이나 다리를 자르는 수술을  소년은, 봄이  창밖 풍경을 보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여러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정착해서, 탈북민들을 돕고,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단체를 이끌고 있다.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절은 내가 고등학생이었고, 대학에 가고 군대에 갔을 때였다. 어렸을 적, 북한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는지 듣지 못했었다. 관심이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한 말일 테지만. 사람은 자신의 입장에서 타인을 보게 되니까. 아파 본 사람이 아픈 사람의 심정을 알고, 슬픔을 경험한 사람이 울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상상 속에서도 북한 체제에서의 삶이 어떤지 알 수 없으니, 기사를 통해 접하는 그들의 소식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겠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아려왔다. 장강명의 <팔과 다리의 가격>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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