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定義)의 재정의(再定義) 3

15. 궤변인가, 지혜인가?

by 조종상

2:1, 10:1, 15:1, 30:1… 이런 수식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마도 경쟁률로 이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으리라.


맞다. 나 역시 그런 의미로 위 수식을 나열해 보았다. 특별히 선발 시험(이하 시험)에 지원한 수험생들의 경쟁률. 어떤 시험이든 시험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이런 경쟁률 수치가 낯설지는 않으리라 본다.

경쟁률은 상대평가 방식으로 치르는 시험에서 거론되는 것이 보통이며, 과락(科落)과 같은 최소 기준점만 넘는다면, 경쟁률에 따라 당락의 가능성을 높게 혹은 낮게 봄이 일반적이다. 우리 주변에서는 수많은 시험이 치러지고 있고, 경쟁률은 늘 수험생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마련이다. 경쟁률에 영향을 받지 않는 수험생이라면 관계없는 이야기가 되겠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약간이나마 도움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궤변이지만 지혜인 양 경쟁률에서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해 본다. 사실상 결과는 실력이 답해 주지만, 중요한 시험을 앞둔 수험생 입장에서 부담이 덜어진다면 좋은 일 아닐까?




시험과 관련해 경쟁률은 누구에겐 강한 동기를 부여하기도 하고, 누구에겐 이른 좌절감이나 두려움을 제공하기도 한다.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데야 무슨 도움이 필요하겠는가. 문제는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다.


A: 작년에는 5:1이었는데 왜 올해는 20:1이나 되는 거야?

B: 그야 모르지.

A: 이번에도 안 되는 것 아니야?

B: 그러니까 말이야...

A: 아...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건지...


경쟁률에 민감한 수험생들의 대화 같다.

경쟁률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수험생들은 생각 외로 많다.


일반적으로 경쟁률은 1:1을 넘어설 때 의미가 있다. 1점 대 경쟁률이야 그리 높은 경쟁률이라 할 수는 없지만 2:1을 넘어서 3:1 이상이 되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게 사실이다. 어떤 시험들은 적게는 수 대 일에서 많게는 몇십 대 일, 심지어 몇백 대 일까지 경쟁률을 기록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수치를 작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물론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방법이긴 하다. 언제인지 정확한 기억은 없다. 어느 날, 경쟁률을 단순화할 수 있는 생각이 떠올랐다. 경쟁률이 실제로 바뀌지는 않지만 수험생 마음이 좀 더 편해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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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이상의 경쟁률이라면 실제 경쟁률이 어떻든 나는 경쟁률을 무조건 2:1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논리는 간단하다. 경쟁률이 몇이든 그 시험에 꼴찌로 통과하는 그 한 사람과만 경쟁할 생각을 하는 것이다. 예컨대, 20:1의 경쟁률을 보이는 어떤 시험이 있다고 가정하자. 10명을 뽑는데 200명이 몰린 시험이다. 응시 접수를 하고 나서 이와 같은 경쟁률을 접하면 당연히 힘이 빠진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내가 19명을 잡아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의기소침해지기가 쉽지만 실제는 190명을 잡아야(?) 한다. 실상 더 힘이 빠질 일이다. 이때, 내 경쟁자를, 19명 또는 190명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뽑는 인원의 꼴찌가 되는 10등, 그 사람 단 한 명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합격이 목적이라면 꼴찌인들 어떠한가? 1등이 되고 싶어도 마찬가지다. 1등만 이기면(?) 된다. 경쟁률이 어떻든 결국 시험 점수로 줄이 세워지는데, 내 시험 점수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굳이 경쟁률을 따져 19명이나 190명을 이겨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그 사람이 누가 될지도 모르고, 누구인지도 모르지만 그냥 10등이 될(?) 사람만 이기자고 생각하면 된다. 그 가상 인물과의 실력 차이가 어떠할지는 자신만 알고 있다. 지난 시험 결과로 형성되는, 흔히 커트라인(cut-off line이 적합한 표현이지만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이기에 그대로 옮겨 적는다.)이라고 말하는 선에서 스스로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그때 시험의 난이도와 시험에 응하는 수험생들의 수준에 따라 다를 수는 있어도, 경쟁률 자체가 시험 성적과 커트라인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굳이 경쟁률에 얽매여, 잔잔해야 할 마음에 스스로 돌을 던질 필요는 없다.




자신의 실력이 어떠하든, 시험을 준비한 그간의 노력이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경쟁률도, 가상의 상대 1명만을 염두에 두고 2:1이라는 수치로 단순화하여 경쟁률에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결전(?)을 대비하는 것이 어떨까? 그랬을 때, 그렇게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에 임했을 때, 더 좋은 결과가 나올지도 모를 일 아닌가? 그것이 오히려 노력을 게을리하는 역효과를 낳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어떤가? 궤변인가? 그래도 좋다. 혹 경쟁률에 의기소침해질 때 이런 생각으로 힘을 낼 수 있다면 그게 어딘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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