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in Paradise, 2019
햇빛이 따스한 제주, 차창을 내리고 바람을 느끼고픈 제주, 그러나 서늘하고 그러나 창문을 닫고 싶다. 엄태구, 전여빈, 차승원, 이문식, 박호산까지 눈이 즐거운 배우들의 호연이 있으나 어딘가 느끼해 콜라에 손이 간다.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너무 분위기를 잡는다. 시원한 물회를 들이켜는 캐릭터들과 달리 나는 느끼한 파스타를 먹는 것 같다.
박훈정 감독에게, 그리고 그가 만든 영화에게 클리셰를 지적하는 것은 새삼스럽다. 그래도 호평을 들었던 <신세계>(2013) 역시 클리셰가 가득했던 영화였다. <브이아이피>(2017)에서 받았던 지적을 김다미라는 신예를 주연으로 캐스팅하며 돌파하려 했던 <마녀>(2018)와는 또 다른 지점 같다. <낙원의 밤>에서 주연을 맡은 전여빈이 그간 얼마나 많은 영화로 조명을 받았던가. 이번 영화를 만들며 박훈정 감독이 어떤 고민을 했는지 궁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부 전여빈이 주도하는 장면은 조금 더 보고 싶었다. 콜라로 느끼함을 한번 잡고서라도 조금 더 말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끝까지 너무 분위기를 잡는다. 중간중간 대사에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은데 너무 느끼하다. 이미지는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 애를 많이 쓴 것 같은데, 대사는 그렇지 않았다. 사실 그렇게 치면 김옥빈이 <악녀>(2017)에서 보여줬던 것이 훨씬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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