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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Apr 18. 2021

<노매드랜드>

Nomadland, 2020


     

그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이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펀(프란시스 맥도맨드)은 노매드의 길을 택한다오랜 세월 함께 했던 남편이 떠나갔고그와 함께 오랜 세월 함께했던 도시도 전과는 다르기에 떠나기로 했지만그 첫걸음은 왠지 처연하게만 보였다첫 장면부터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관객을 압도했다순식간에 이야기로 빨려 들어가게 하는 훌륭한 연기가 영화가 시작해서부터 끝날 때까지 가득했다심지어는 그것이 연기가 아닌 원래 자신의 삶이었던 것처럼주연인 그녀는 물론 조연으로 출연한 비전문배우들까지도.


집이 없는 것과 거주할 곳이 없는 것은 분명 다르지만단단한 지붕과 벽이 없는 삶은 고단할 수밖에 없다그들끼리는 유쾌하게 표현하기도 하지만 말이다인적인 요소들비인적 요소든 펀이 가는 길에 언제나 시련이 도사리고 있다하지만 펀은 포기하지 않는다주저앉지 않는다시린 추위에 이불을 몇 겹을 덮고서라도 살아가고자 한다영화는카메라는 관찰자의 태도를 취한다노매드의 삶에 깊게 관여하거나 이입하지 않는다캠핑카라는 좁은 공간에서의 촬영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거리를 유지한다대신 그런 펀을관객을 위로하는 건 펀이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이고인간이 의도가 전혀 개입되지 않은 대자연이다펀은 듣지 못할 배경음악도 크게 한몫을 한다비싸거나 대단한 것은 아닐지라도 서로의 물건을도움을 주고받는 이들의 모습영원한 작별을 고하는 대신언젠가 길 위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며 희망을 말하는 모습에서 그러하고지붕과 벽으로 가로막았더라면 보지 못했을 그 광활한 자연이 그러하다.


길 위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애초에 그런 선택이 피치 못했을 상활을 만들지 않았어야 할 시스템에 대해 말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차치하기로 하고돈과 시장의 원리에 휘둘리지 않을정해진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리기만 하지 않을때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 여유를 잊지 않을 삶을 살겠노라 속으로 되뇌었다딱히 후대에 남길 대업을 달성한 것도 아니고오늘 하루 별 의미 없이 지나갔던 것 같은데행복이란 게 삶이란 게 그렇게 꼭 대단한 것만은 아니더라효율을 중시하며 다 똑같이 생긴 상자 안에 살고 있지만얼핏 비슷한 캠핑카들인 것 같지만그 삶의 모양은 모두 다르더라당연히 그 삶의 모양도 다를 것이고그래서 그 삶이 지나온 자리도 다를 것이다인간이 어찌하지 못할이렇게 저렇게 퇴적되고 침식된 돌의 모양처럼너무 정해진 틀에 나를 옥죄지 말고 흐르는 물에 내 몸을 맡길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이것이 맞고 저것이 틀리다가 아닌각자의 선택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출발한 날과 장소는 모두 제각각이지만 지나는 길 위에서 다시 만났다고 해서이곳으로 다시 왔다고 해서 제자리에 머무는 것은 결코 아닐 테다우리의 지나온 흔적을나아갈 길을 응원하며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합니다언젠가 다시 만납시다.


I’ll See You Down the Road.


#노매드랜드 #프란시스맥도맨드 #린다메이 #샬린스완키 #클로이자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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