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 Monsters, 2020
유치하다 유치해. 그래도 기분 좋은 유치함이다. 지구에 날아오는 유성을 미사일로 격침했으나, 지구를 덮친 어마 무시한 환경 호르몬으로 인해 돌연변이가 발생했다. 먹이사슬의 최상위층에 위치하던 인간은 하루아침에 가장 밑으로 추락했고, 지상은 돌연변이들에게 내어준 채 컴컴한 지하와 동굴 속으로 숨어 들어간 인간들. 17살에 지하 벙커에 숨어 들어간 조엘(딜런 오브라이언)은 “이 세상에서 날 행복하게 해 줬던 유일한 사람이 겨우 135km밖에 있다”며, 7년 간 만나지 못한 첫사랑 에이미(제시카 헨윅)를 만나러 혈혈단신으로 여정을 떠난다.
나름 넷플릭스 제작물인데 스케일은 좀 있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우디가 다양한 이유로 여정을 떠났던 것처럼, 여정의 시작점에서 조금은 모자라고 부족했던 조엘은 길 위에서 성장을 하고 돌아온다. 애초에 돌아올 생각은 없었을 수도 있을 테지만 그렇게 될 것이다. 쉬이 예상 가능한 전개이지만, 그럼에도 봐줄 수 있을 정도의 것이다. 말 그대로 거친 야생에서 만난 강아지 ‘보이’가 있었고, 미노(아리나 그린블랫)와 클라이드(마이클 루커)가 지상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려주었다. 마이클 루커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에서의 욘두나, <워킹데드> 시리즈에서의 멀 딕슨과는 다르게 스윗한 면이 귀여웠다. 어린 미노와는 보니와 클라이드처럼 멋진 호흡까지 보여주신다!
흉측한 괴물들과 맞서 싸우며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조엘은 운동신경이 좋다거나 체력이 좋은 편도 아니다. 그저 그는 하루하루 자신이 목격한 것을 그림과 함께 기록할 뿐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인데, 어떻게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러나 직접 부딪혀 본 세상은 달랐고, 그는 사람들에게 도망치고, 숨지만 말고 지상으로 나올 것을 권한다. 돌연변이들로 인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비록 코로나 시대의 위기는 그와는 반대로 행해야겠지만, 이렇게 집에서라도 어떤 의지가 생겨나게 하는 것이었다. 비교적 어린 주인공이 인류애나 범지구적인 관점이 아닌 자신의 첫사랑을 구한다는 명목으로 시작한 여정이었으나, 원래 사랑만큼 인간에게 중요하고 큰 것이 없지 않겠는가. 멀지 않을 미래에 떠날 날을 고대하며 짐을 꾸리고 싶어 졌다.
#러브앤몬스터스 #딜런오브라이언 #마이클루커 #아리나그린블랫 #제시카헨윅 #마이클매튜스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