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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Apr 24. 2021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 2019

  

중의적인 제목이다레쥬 리 감독의 이름을 모르는 이라면 내가 오늘 <레미제라블>을 봤다는 말에 분명 톰 후퍼의 <레미제라블>(2012)를 떠올릴 것이다빅토르 위고의 원작을 두고 있지만 다른 내용이다그러면서 동시에 같은 주제다크고 작은 것들을 훔치는 누군가가 있고그걸 쫓는 경찰도 있고마지막엔 공권력과 시민들의 큰 대립도 있다.


2018년 프랑스의 월드컵 우승을 축하하며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하나로 섞이며 혁명의 노래를 부른다분명 축제의 즐거운 분위기이나 흘러나오는 음악은 어딘가 긴장감이 흐른다영화는 새로 발령이 난 경찰 루이즈(다미앵 보나르)를 따라 레쥬 리 감독이 자란 프랑스 외곽의 몽페유메유로 이동한다한 팀으로 배정된 크리스(알렉시 마넨티)와 그와다(지브릴 종가)가 함께 다니며 지역을 소개해주는데인종종교계층 등으로 나뉜 구분은 앞으로도 기름과 물처럼 섞일 수 없을 것처럼만 보인다마약과 성매매도 횡행하는 도시를 보며 루이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빅토르 위고가 <레미제라블>을 썼던 곳 몽페르페유그로부터 200년이 넘게 지났으나 아직 세상은 그대로인 것만 같다그가 꿈꾸었던 이상은 아직도 실현되지 못한 것만 같다.


권력을 대표하는 경찰집시들과 서커스단무슬림 등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집단과 그 집단에 속한 이들은 폭력을 휘두른다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자신과 상대에 있는 이들을 제압하기 위해병든 사회이나 그럼에도 아이들은 자라난다주위 어른들이 모두 이런데 아이들이라고 다를까이사(이사 페리카)와 뷔즈(알 하산 리)로 대표되는 아이들 역시 그렇다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레쥬 리 감독은 소설 <레미제라블>의 한 문장을 소개한다. “세상에는 나쁜 풀도 나쁜 사람도 없소다만 나쁜 농부가 있을 뿐이오.”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으나어른들이 뿌린 씨앗이 지금의 아이들로 자라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폭력은 더한 폭력으로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이사의 새끼 사자’ 사건을 지나며 영화 속 폭력은 점점 더 커지는 것을 볼 수 있다이렇게 쌓이고 쌓이던 분노가 언제 터지려나 싶었다.


레쥬 리 감독은 아프리카 북서부 말리 출신의 이민자로, 17살에 영상 제작에 관해 배웠다고 한다영화 속 뷔즈처럼 정규 교육은 아니었을 테다그는 카메라를 활용해 캅 워치 활동을 했다고 한다그래서일까드론을 이용해 세상을 바라보는 뷔즈가 유독 눈에 띄었다루이즈 일당과 이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건이 뷔즈가 드론을 통해 보여주는 것 같았다편집도 꼭 그렇게 돼있다일련의 사건이 펼쳐지면뷔즈가 촬영을 마치며 드론을 회수하는 장면이 나온다마지막 장면 역시 현관문에 달린 외시경을 통해 바깥 상황을 보고 있는 뷔즈의 모습이 보인다.


영화를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던 긴장감이 폭발하는 마지막 장면마저 끝나고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영화의 오프닝에서 나온 프랑스의 월드컵 우승월드컵 결승에 출전한 선수들 중 절반 이상이 아프리카계 이민자 출신이다무엇이 어린아이들에게 축구공 대신 화염병을 들게 했는가레쥬 리 감독은 마지막 화염병이 어떻게 됐는지 끝내 보여주지 않는다영화 내내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루이즈마저 총을 들게 했으나그 반대편의 화염병은 끝내 손에서 어떻게 됐는지 보여주지 않고 마치 사람이 눈을 감듯 서서히 어둠 뒤편으로 보낸다감독은 관객에게 묻는다관객에게 선택권을 넘긴다나쁜 농부에게 묻는다어떻게 그의 손에서 화염병을 내려놓게 할 수 있겠는가이 악의 순환을 멈출 수 있겠는가.


#레미제라블 #다니앵보나르 #알렉시마넨티 #그와다 #이사페리카 #알하산리 #레쥬리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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