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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Jun 10. 2021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Sex, Lies, And Videotape, 1989

제목만 봐서는 단짠단짠에 맵기까지 자극적인 것으로 가득 채워져 있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영화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26살의 나이에 8일 만에 각본을 써서 5주 만에 촬영을 해 1989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라고 이 영화를 봤음에 대한 변을 늘어놓아야겠다나는 자극적인 것을 떠나서 그저 영화가 고팠다.


(앤디 맥도웰)은 심리상담을 받는다앤은 지구가 쓰레기로 덮이는 것비행기를 타고 가는데 추락하는 것 따위를 걱정한다아무리 걱정하고골머리가 아파도 본인이 어찌할 수 없는 것에 말이다그의 남편 존(피터 갤러거)은 변호사로서 성공한 삶을 산다앤에게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집에서 지내도 괜찮을 만큼 돈을 벌었고 집도 꽤 근사하다하지만 앤은 그것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힌다옆에 누워 잠든 남편 존마저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고둘은 섹스도 하지 않는다존은 앤의 동생 신시아(로라 산 지아코모)와 섹스한다앤과 신시아는 친자매이나 반대편의 성향을 갖고 있다앤은 전업주부로신시아는 바탠더로서 지낸다앤이 심리치료를 받고 있을 때 존은 신시아와 있다남편인 존여동생인 신시아는 앤에게 거짓말을 한다그들의 앞에 존의 동창 그레이엄(제임스 스페이더)이 나타난다한참 전에 만났던 앤이 이상한 사람이라는 것만으로도 신시아는 호기심이 생겨 그를 찾아가는데그의 방엔 여성들의 이름이 적힌 비디오테이프가 가득하다그레이엄의 테이프에는 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경험했던평소 생각하는 섹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단지 말만 담겨있다그레이엄은 발기부전이지만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성적 흥분을 느낀다그레이엄은 성욕이 없는 게 아니다과거에의 사랑에 실패했고 그것이 자신의 잘못에서 기인했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옥죄었을 뿐이다.


제목에 명시된 섹스와 거짓말그리고 비디오테이프는 영화 속 인물들에게 대화의 한 종류이다존과 신시아는 육체적인 대화로서 섹스를 하지만 정작 정신적으로 나누는 대화는 하지 못한다존과 앤은 둘 다 하기 어렵고다시 앤과 신시아는 그레이엄의 카메라 앞에서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때로는 거짓말로 숨겼던 것들에 대해 말한다비디오테이프는 인물들이 거짓을 하지 않고 진심을 말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애초에 섹스비디오가 아니니 육체적 의미로서 섹스도 퇴장한다앤은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았음에도 놓을 수는 없었던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해존은 섹스를 하지 않는 아내와는 불가능했던 것을 해소하기 위해 했던 거짓말에 대해신시아 역시 앤에게 했던 거짓말에 대해그리고 테이프를 찍고 있는 그레이엄 역시 마음에 갖고 있던 상처에 대해 말이다가볍게 농담을 하는 게 아니라면섹스에 대해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라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사적인 사이가 아니더라도얼굴이 보이지 않는 대상에게 하는 고해성사와 같은 것이 아닐까그레이엄이 발기부전이지만 촬영한 비디오를 보며 성적 흥분을 느낀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카메라 앞에 서는 이들심지어 자위를 하는 누군가의 모습은 섹스 그리고 대화의 본질에 대해 더없이 날카로운 송곳 같은 장면이 아닌가성적 흥분은 느끼지만 발기부전이라는 미친 설정은 또 뭐고.


#섹스거짓말그리고비디오테이프 #제임스스페이더 #앤디맥도웰 #로라산지아코모 #피터갤러거 #스티븐소더버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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