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o, 2019
첼로로 미국 아이비리그에 유학을 떠났던 은애(박예영)는 수년만에 돌아온 귀국 날, 첼로를 팔기로 결심한다.
재능만 있으면 될까. 해외의 명문 학교로 유학만 다녀오면 될까. 강단에 서서 제자를 가르치면 된 걸까. 오케스트라에 합류하면 된 걸까. 은애의 걱정은 돈이다. 지금까지 자신을 뒷바라지 해준 아버지가 오래 몸담았던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아파트 경비로 일하는 것을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되어 마음이 무겁다. 앞으로도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 당장 소요될 돈이 많은데 더 이상 아버지에게 손을 벌릴 수 없다. 미국에서 유학을 하면서도, 한국에 돌아와서도 많은 일을 겪었고, 많은 일을 겪게 될 은애는 첼로를 팔기로 결심한다. 지난 10년 간 하루도 쉬지 않고 첼로에 몰두했고, 그의 모든 손가락엔 굳은살이 두껍다. 28분에 불과한 단편에서는 돈을 가장 큰 벽으로 삼았지만, 재능이라는 것도 무서운 법이다. 어려서야 은애가 파블로 카잘스 같은 인물이 되고 싶었을지 모르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점차 목표치가 작아졌을지 모르겠다. 분명 나는 이걸 제일 잘하는데, 내 주변에 있는 누구보다도 제일 잘하는데, 세상은 넓고 나는 작은 존재라는 것을 느꼈을지 모르겠다. 은애는 악기상에게 파는 것보다 돈을 더 받기 위해 직거래를 통하기로 했는데, 구매자 측에서 장소를 지하주차장으로 잡았다. 첼로가 크기도, 무게도 나가니 차로 받아가려나 했겠다. 웬걸, 자전거를 타고 나타났다. 나타나서는 그 지하주차장에서 연주를 한번 요청한다. 은애는 생각이나 했을까. 자신이 이런 곳에서 연주하게 되리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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