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 Adult Matters, 2020
79년생 어른 이환 감독은 본인도 잘 모른다고 생각해서 이런 편집을 했는가. 과정이 생략되고, 장면과 장면의 연결이 부재하니 흐름이 뚝뚝 끊어진다. 중간중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장면까지 있으니 김이 샌다. 이를 테면 은정(방은정)이 영화에서 퇴장하는 때라던가 말이다. 이야기가 영화 속 시간대로 흘러가는 느낌이 아니라 주인공이 겪은 일들을 모아놓은 옴니버스 같기도 하다. 과거와 미래는 없이 지금만 존재한다. 저런 잔혹하고 지독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애초에 그것이 존재할까 싶기도 하고, 그 전후 관계를 따지고 있는 내가 이미 모르는 어른일지도 모르겠다. <박화영>(2018)에서 박화영(김가희)의 곁에 주변 인물이었던 세진(이유미)이 이번엔 주인공을 맡았다. <박화영> 때보다는 더 넓은 영역을 표현하고 싶었을까.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들이 어떤 거리감, 괴리감을 준다. 세진은 어떻게 저 상황에서도 저렇게 웃을까 싶을 정도로 시종일관 웃어 보인다. 영화가 시작할 때, 따스한 햇빛이 드는 교실 안에서 세진이 은정에게 틴트를 발라주고 마스카라를 해준다. 그런데 불과 3초도 지나지 않아 도통 어울리지 않는 폭력과 폭언이 오간다. 애초에 그 장면이란 것도 전날 밤 세진이 어두운 방 안에서 자해를 하던 장면과 맞닿아있다. 교실 씬의 다음엔 흡사 최근에 나왔던 광고처럼 스케이트 보드를 자유로이 타는 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세진이 화영과 다른 것은, 화영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그녀처럼 체격이 크지 못하다는 것이다. 화영이 당하는 폭력 역시 잔혹하다 느꼈으나 더 가녀린 체구의 세진을 볼 땐 그것을 넘어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화영은 상처가 나는 와중에도 본래의 자세를 유지했다면, 세진은 아무런 반항도 못하고 어김없이 쓰러졌다. 그래도 그들은 웃는다. “니들은 나 없었으면 어쩔 뻔 봤냐?”라 말하던 화영처럼, 세진은 웃는다. 웃음이 나와서 웃는 것이 아닌, 살기 위해 웃는 느낌이다. 그래도 살아가기 위해. 세진이 그런 삶으로부터 잠시나마 도피할 수 있었던 건 빠르게 굴러가는 스케이트 보드 위였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일련의 과정을 지나온 세진은 바람을 가르며 타던 보드에서 내려와 걷는다. 천천히, 자신의 시야에 들어오는 정보들은 그대로 받아들이며. 빠르게 지나오며 보지 못했던 것들을 이젠 마주하게 됐을지 모르겠다. 이환 감독이 화영에서 세진으로, 세진에서 다음엔 어떤 이에게 시선을 둘 것인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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