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 Sloane, 2016
승률 100%를 자랑하는 최고의 로비스트 슬로운(제시카 차스테인)이 미국 수정 헌법에 명시돼있는 총기 규제 법안에 반대하며 거대 권력을 상대로 벌이는 법정 스릴러. 가 <미스 슬로운>을 대표하는 시놉시스일 테다.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슬로운의 뇌섹미를 보는 것은 물론 흥미로운 일이지만, 나는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과 싸우는 슬로운의 모습이 너무나 애처로웠다. 24시간으로 정해진 하루 중 자는 시간을 더 줄이기 위해 각성제에까지 의존하는 그는(물론 의사에게 진단받은 적정량만을 복용했지만) 너무 외로워 보였다. 슬로운은 어느 누구와 벌이는 싸움에서든 반드시 승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때문에 이기기 위한 의도 속 진행되는 과정이 선하지만은 않았다. 자신을 믿고 캠페인에 합류한 이들을 배신해야 할 때도 있고, 위법 행위를 저지르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그 모든 것을 감내해내는 그녀가 흑과 백으로 나뉜 배경에 홀로 고뇌에 빠진 포스터는 그녀의 상황을 잘 표현한다.
영화를 보는 도중 슬로운의 행위는 질문이 되어 날아온다. 선한 의도를 갖고 진행하는 선한 과정 끝에 오는 실패와, 반대의 의도와 과정 끝에 오는 승리 중 무엇을 택하겠냐고. 그러나 영화를 본 후에 그것은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사실 <미스 슬로운>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슬로운이 맞이할 결말이 무엇인지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기 때문에 대단한 반전이 있진 않았다. 법정 스릴러였지만 승패의 귀추가 어디로 향할지가 중요하진 않았다. 대신 제시카 차스테인이 분한 슬로운이라는 캐릭터가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다. 토론 프로에 나가 반대 진영에 있는 이와 설전을 벌이다가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글썽이는 장면이 있었다. 어렸을 적 총기 난사 사고의 생존자이자, 평생을 총기규제를 위해 일한 에스미(구구 바샤-로)의 얼굴이 전파를 타고 전국에 방송되는 장면에서, 그녀를 이용해 자신의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한 자리에서였다. 그 눈물은 슬로운의 진심이었을까 아니면 그것마저 계획의 일부였을까. 자신이 세운 계획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섭게 달려가던 슬로운에게, 그런 모습만 보여주던 영화에 갑자기 제동이 탁 걸리는 순간이었다.
132분을 가득 채운, 심지어 우리나라와는 다른 상황에서의 법정 용어가 오가는 와중 긴장감이 이미 충분한데, 정작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슬로운의 내면에 대한 것은 잘 다뤄지지 않아 단지 짐작해보는 것 이상의 무엇을 하기엔 쉽지 않았다. 아주 작은 파편만 몇 개 주었어도 영화가 더 흥미로웠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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