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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Aug 05. 2021

<영 앤 뷰티풀>

Young & Beautiful, 2013

 

미셀 푸코는 그의 저서 <성의 역사 History of Sexuality>에서 sex와 sexuality를 구분해서 언급한다단순히 성적 행위만 의미하는 sex와는 다르게 성적 욕망이나 본능심리 같은 것을 모두 담는 말로 사용했다그는 계몽주의 시대(1600-1900년대 중반)에 살던 사람들의 성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외부적으로 그들은 점잖은 체하였으며섹스를 하지 않는 사람인 것처럼 행동했으며육체적 성욕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위선적 행동을 보였다이것은 또한 여성들과의 전쟁을 치르는 방식이었다그들은 바람직한 여성은 섹스를 통해서 어떤 즐거움도 얻지 않는 여성이라고 가르쳤다그리고 정숙한 여성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한다든지남편이 자녀를 원하면 아기를 낳으려는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그리고 그들은 섹스에 대해서 억압을 받았기 때문에 그들의 삶을 뒤틀리게 했고길거리에 여기저기 매춘여성으로 들끓었다고.


가스파 노에의 문제적 영화도 그렇고프랑스와 오종의 영화를 볼 때에도 지금 눈에 보이는 섹스가 그저 섹스가 아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영 앤 뷰티풀>은 17세 소녀 이사벨(마린 백트)이 휴가지에서 독일 청년과의 첫 섹스 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적 욕망을 마주하고해소하는 과정을 담는다이사벨은 레아라는 가명을 쓰며 돈을 받고 조건만남을 시작한다처음엔 그저 뉴스에서 접한 매춘이 자신의 삶에 직접적으로 다가왔음에 호기심 차원에서사랑이 전제되지 않은 섹스에서 단지 그 행위 자체만 봤다가다음엔 어떤 사람일지 인간 자체를 보기도 하고나아가 그것이 어떤 느낌을 줄지 그녀의 호기심은 점차 커져만 간다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어린 이사벨의 선택은 그녀뿐 아니라 가족들의 삶마저 파괴시킬 수 있음을이사벨의 지갑에 점차 돈이 쌓여가 무게를 더할수록 이사벨 내면의 욕망의 무게도 점차 무게를 더해 자꾸만 아래로 끌어내린다.


그러나 오종의 영화 안에서 욕망에 사로잡힌 것은 이사벨뿐이 아니다이사벨의 엄마도 남편을 두고 다른 남자와 밀애를 하고이사벨의 남동생은 누나와 성적인 것들에 거리낌 없이 모두 말한다이사벨을 만나는 남성들은 또 어떠한가영화 속 모든 이들이 때로는 자신을 파괴할지 모를 욕망을 분출한다사건은 이때 터진다레아와 조건만남을 하던 노인이 무리해서 섹스를 하다 심장에 무리가 가 사망한 것이다그러나 그의 아내 앨리스(샬롯 램플링)는 그래도 마지막 순간을 아름답게 보냈잖니?”, “나도 어릴 때 용기만 있었다면 돈 받고 남자들을 만났을 거라고 하기에 이른다. “이젠 내가 돈 내고 불러야 할 나이지만.”이라 덧붙이면서.


오종은 영화 안에서 인물들의 욕망을 옳다 그르다의 잣대로 구분하지 않는다그런 시선을 애초에 거두고모두 개인의 선택그래서 개인이 감당하고 해결해야 할 것으로 둔다섹슈얼리티에 대해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는 언플래트닝(unflattening)한 시선이 이사벨과 앨리스가 사건이 있었던 호텔룸의 침대에 나란히 눕는 것에서 단적으로 보여준다나이가 들어도 아름다운 앨리스의 옆에 심지어 젊은데 아름답기까지 한 이사벨사실 오종은 영화에서 자신이 하고픈 말을 앞서 친절하게 언급해두었다학교에서 이사벨과 친구들이 차례로 랭보의 시를 낭송하는 장면에서 말이다단지 한 명의 인물 이사벨의 일탈을 말하는 것이 아닌그의 모습을 보여주며 세상에 질문한다젊음과 아름다움그리고 욕망을 대하는 시선과 방식에 대해.


#영앤뷰티풀 #마린백트 #샬롯램플링 #프랑소와오종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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