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icide Squad, 2021
잠깐 잡설인데, 원래 영화 보러 갈 때 수첩이랑 볼펜을 들고 가는데, 오늘 아무 생각 없이 필통에서 검은색 펜을 하나 집어서 갔는데 딱 극장에 도착해서 꺼내보니 붓펜이었다. 묘하게 헛웃음이 나왔다.
뭐,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그 정도의 오락 영화였다. 마고 로비가 분한 할리 퀸젤을 알린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으나 온전히 마고 로비와 조커를 분한 자레드 레토의 두 캐릭터에게서만 그랬다. 정관사 The가 붙은 이번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제목 그대로 스쿼드로서 고른 활약상을 보이는 점이 더없이 좋았다. 고른 활약이었을지언정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되었던 <버즈 오브 프레이: 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2020)과도 분명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더”를 굳이 붙이지 않더라도, 이제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떠올리면 이번 영화가 떠오를 것이다. 전체적인 스토리도, 캐릭터도, 액션도, 영상미와 음악도, 무얼 언급하더라도 모두 강렬하고 매력적이었다.
글쎄, 선례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연출을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제임스 건이 맡았다. 캐릭터가 회사를 건너간 적은 있어도 감독이 이랬던 적이 있던가. 어쨌든 그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다 죽어가는 DC 유니버스의 시리즈에 한 줄기 빛과도 같았으리라. 물론 그렇기 때문에 감독이 누구인지 모르고 보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가오갤> 시리즈의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지만 아무래도 괜찮았다. 감독의 확고한 음악 취향이 눈을 감고 들으면 어떤 영화인지 맞추기 어려울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보는 내내, 그리고 지금도 <토르: 라그나로크>(2017)의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연출을 맡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혼자 해보곤 하는데, 제임스 건의 액션은 액션 그 자체로 쾌감을 주는 게 아닌 고어함이 곁들여져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대체적으로 괜찮은 와중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면 캐릭터가 빈약하다. 캐릭터 설정을 소개하는 초반부엔 잠이 솔솔 왔다. 할리퀸도 그간 활약한 작품이 많아서 그렇지 이 작품에서 구축된 캐릭터는 없다. 적당히 그루트 정도 역할을 맡은 킹샤크(실베스터 스탤론)가 있고, 쥐를 조종하는 랫 캐쳐(다니엘라 멜키오르)가 있고, 그 나머지는 사실 잘 기억이 안 난다. 릭 플래그, 블러드스포트, 피스메이커는 구분도 잘 안 간다. 오히려 무전으로 상황을 전하는 아만다 윌러(비올라 데이비스)와 그 부하들의 케미가 더 두드러진다. <가오갤>도 그랬고,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도 그렇지만 참 불필요하리 만큼 잔인하다. 청소년관람불가 딱지가 붙어있다고 하더라도 지나친 건 지나치다. 액션씬이지만 여기에 고어함을 빼면 무엇이 남나 싶다. 캐릭터가 빈약하고 액션에 쾌감도 없으니 그 빈 공간을 잔인함으로 애써 채우는 것 같다. 사실 길게 말했는데, 스토리 제대로 안 보고 대충 총 쏘는 슈팅게임하는 기분이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뭐 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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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 퀸 밀가루 뒤덮은 것 같은 새하얀 피부에 새빨간 드레스 찰떡콩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