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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Aug 09. 2021

<필라델피아>

Philadelphia, 1993


톰 행크스와 덴젤 워싱턴이 비장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포스터어두운 흑백의 이미지에 그들의 얼굴만이 빛을 발한다앤드류 베킷(톰 행크스)은 심지어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법대를 졸업하고 필라델피아에서도 저명한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는 변호사이다임원진에서도 그의 재능을 높이 사 큰 사건을 맡기기로 하는데그러던 중 자신이 작성해놓은 고소장이 제출 기한을 얼마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그 일로 앤드류는 해고를 당했고부당하게 해고된 것이라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유망한 변호사였으나정작 자신의 변호사를 구하는 데에 애를 먹는다나는 여기까지만 해도 이 영화를 톰 행크스가 출연하는 법정 스릴러로만 봤다앤드류가 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받는다고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건강검진을 받나 보다 싶었다아뿔싸그의 얼굴에 반점이 생기고점차 야위어가는 그를 보며그의 주위에 있는 인물들의 대사를 들으며 아차 싶었다나는 톰 행크스의 게이 연기를 보고 있었다.


사전에 퀴어queer를 찾아보면 기묘한괴상한이라는 뜻이 먼저 나온다이성애자들이 동성애자들을 보고 너네 이상해.’ ‘너네 괴상해.’라 말하며 쓰이기 시작한 퀴어그래서 동성애자들이 그래우리 퀴어야.’라고 쓰이기 시작한 단어퀴어란 말이 쓰인 건 그렇고그래서 이게 영화의 한 장르로 자리 잡은 건 1991년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그동안의 게이 이미지의 역사적 흐름을 재검토하고 돌아보는 영화들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처음 등장했다. <필라델피아>는 그 상황을 매우 잘 보여준다당연히 그 전에도 퀴어 영화들은 존재했다그리고 에이즈의 비극에 힘입어 좀 더 주류의 장르가 되어 구스 반 산트토드 헤인즈제니 리빙스턴 같은 이름이 등장했고오늘의 조나단 드미도 볼 수 있겠다.(물론 이 이름은 <양들의 침묵>(1991)로 더 유명하겠지만처음에야 남성이 남성을 바라보는 것남성과 남성 간의 응시를 이미지에 담는 것이었겠으나이제는 단지 동성애자가 등장한다는 것만으로 퀴어 영화라 하기엔 무리가 있을 테다. 1991년 토론토에서의 생각을 기반으로동성애자의 권익을 보호하거나동성애를 주제로 다룬 영화라야 겠다그래서 BL(Boys Love)은 아닐 것이다.


사실 톰 행크스의 게이 연기는 뭐랄까우리나라로 치면 송강호가 게이 연기를 하는 걸 나는 좀처럼 상상할 수 없다내가 편견을 갖고 있는 건지 모르겠으나 적잖이 충격이었다. (, <필라델피아>는 남성 간의 스킨십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에이즈가 세계를 덮쳤을 때이제 막 연구가 시작되어 보균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몰랐을 때손끝만 닿아도그가 만진 볼펜을 내가 쓰는 것만으로도 전염이 된다고 했던 때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앤드류가 9명의 변호사를 거쳐 찾아간 이는 조 밀러(덴젤 워싱턴)였다그는 과거 앤드류와 경쟁 구도를 펼치기도 했었는데 처음엔 고사하다가 결국엔 돕기로 한다이 영화가 참 모범적인 것은동성애자와 흑인사회적으로 소수자이자 약자가 연대를 한다는 점이다앤드류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회사에서도 앤드류에 못지않는 유능한 변호사를 쓰는데 마침 그는 여성이다.


앤드류는 개인과 거대 집단의 소송을 치르면서 그 결과를 보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었다기력이 쇠하며 소송 자체가 그의 생명을 갉아먹는 것이 될 수 있음에도 그는 주저하지 않는다그가 쟁취하고자 했던 건 단지 개인의 명예가 아니었으니영화의 오프닝에서 트래킹 숏으로 도시의 다양한 인종의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평화로이 보내는 일상을 담는다. 1993년의 <필라델피아>를 거쳐 2017년의 <120BPM>도 나왔는데우리나라의 퀴어는 어디까지 왔는가.


#필라델피아 #톰행크스 #덴젤워싱턴 #안토니오반데라스 #메리스틴버겐 #조나단드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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