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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Aug 10. 2021

<호수의 이방인>

Stranger by the Lake, 2013

죄송하지만 안 했어요여기선 그게 흔해요.”

해가 지는지도 모르고 함께 있던 사람을 다시 보고 싶지 않다는 말입니까?”


가스파 노에의 영화를 본 어떤 관객의 질문 이것이 포르노와 다를 것이 무엇입니까?”에 대한 감독의 답은 의도의 차이였다. <호수의 이방인>이 게이 영화이면서 남성기의 노출그리고 노골적인 섹스로 가득했지만 오히려 섹슈얼리티 하지 않았다영화를 보는 이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호수에서 펼쳐지는 섹스를 본다때로 핸드잡을 보고때로 오럴을 보고해 질 녘 푸르스름한 실루엣이지만 이 영화에서 섹스의 모든 과정을 본다. '한다는 것과 본다는 것의 차이는 영화라는 매체가 작동하는 원리를 생각게 한다다시영화 속 개개인의 욕망을 보면서 도덕(moral)과 윤리(ethics)를 생각한다.


영화란 건 순간을 기록한 장면을 연속적으로 촬영하여 기록한 것이다현대의 영화가 아니라 예전의 필름 영사기를 떠올려보라우리는 영화를 볼 때지금 내 눈앞에 인물이사건이 진행되는 것 같지만 사실 그것은 이미 지나가고 없는 것이다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이 비존재의 존재성을 보며 우리는 스스로 이방인임을타인임을 잠시 망각하게 된다영화 속 인물들을 보며 내 근처의 인물에게때로는 나 자신에게 이입하기도 한다영화는 관객이 보는 대상의 대상을 추가로 설정해 주인공 혹은 상대방 역에게 이입하도록 한다다시도덕과 윤리를 생각하게끔 하는 영화를 보며영화 속 인물에게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는 영화를 보는 자기 자신에 대해 비판하고 반성하게 만드는 속임수나 다름 아니다알랭 기로디는 심지어 섹스를 보며 자위를 하는 인물을 영화 속에 넣기까지 했다.


호수는 크루징 스팟으로 작용한다진짜 나라도 당장 옷을 벗고 일광욕을 하거나 수영을 하고 싶은 아름다운 호수이나 몇몇의 남성들만 보이는 건 그곳이 게이들이 만남을 갖는 곳이란 소문이 나서였을까그런데 그 호수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난 너랑 있는 게 제일 좋아.”


라고 말하며 프랭크(피에르 델라돈챔프스)는 미셸(크리스토프 파오우)에게 향한다미셸이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미셸에게 향한다. <가장 따뜻한 색블루>(2013)가 그 해 최고상을 받았던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감독상을 받았던 <호수의 이방인>. <블루>와 동성애를 다룬 점에선 같아도 <호수의 이방인>엔 <블루>와 같은 멜로라인은 없다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닐 테다프랭크는 앙리(파트리크 다쉼사오)라는 남성과도 만남을 갖는다단지 만나기만 한다앙리는 호수를 찾는 남성이지만 동시에 이성애자이다프랭크는 앙리와 나누는 대화를 미셸과는 나누지 않는다앙리와 필리아적 사랑을 나누고미셸과는 에로스적 사랑을 나눈다.


다른 이들이 쓰고 휙 버린 콘돔들이 나뒹구는 곳에서 또 다른 이가 섹스를 한다호숫가에서 프랭크가 앙리와 대화를 나누듯 다른 이들도 호숫가에선 그렇지만섹스를 위해 호수 뒤편에 있는 숲으로 들어가선 그렇지 않다프랭크에게 있어 미셸은 자신의 내면에 있는 욕망 그 자체나 다름 아니다프랭크에게 있어 사랑이란 게그 욕망을 채운다는 게 무서운 죽음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면서도 다가갈 수밖에 없는혹은 그렇게 하도록 이끄는 잔인한 것이다. <인트로덕션>(2021) 속 화가(김민희)의 말을 빌리고 싶다욕망이 아무리 나를 타락시켜도죽음으로 이끌어도 그러나 충동이 있어야 살아있는 거지 사람이안 그래요?”


#호수의이방인 #피에르델라돈챔프스 #크리스토프파오우 #파트리크다쉼사오 #알랭기로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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