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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Aug 15. 2021

<베티블루37.2>

Betty Blue, 1986

너랑 함께할 수만 있다면 도시 전체도 칠할 수 있어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말 한마디 않고 분주히 움직이다가도조금 전까지도 너무 피곤했었는데도 너의 옆에 서면 멀쩡해너와 있으면 마냥 행복해영원히 너와 함께 있을 수 있으면 좋겠어너무 예뻐서 자꾸만 쳐다보게 되는 너난 오랫동안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맸는데네가 바로 살아갈 이유를 준 거 같아줄 수만 있다면 이 세상의 모든 예쁜 것들을 너에게 주고 싶어길가에 핀 이름 모를 풀들도나뭇가지 사이로 비추는 석양도이 고요함과 언덕을 내려오는 산들바람도이 입술도이 눈도다 가져뭐든지우연처럼 나에게 닿은 너의 온기내 손에 남은 작은 따뜻함 다시 네 손에 쥐어 주고 싶어누구보다 따뜻한 내가 되어 너를 안아주고 싶어.


너의 밤은 모래로 지은 성처럼 부서지기 쉽고 그래서 낮은 파도에 쉬이 쓸려가기도 해그걸 보는 나의 밤도 위태로워할 수만 있다면 내가 대신 네가 되어 밤을 지새우고 싶어따스한 볕이 드는 아침과맑은 하늘에 별이 반짝이는 밤들만 너에게 주고 싶어공들여 일으켜 세우면 이내 와서 쓸어가는 파도를 내가 어찌할 순 없어도갑자기 내리는 소낙비를 내가 막을 순 없어도널 내 곁에 두고 있다 보면 너도 언젠가 이젠 괜찮아라고 할 때가 올 줄 알았어그랬었어조금만 더 이렇게 있을까그 어떤 것도누구도 우릴 갈라놓을 수 없어항상 네 곁에 있을 거야사랑했던 우리를우리의 사랑을 기억하는 이들도 언젠가 모두 죽겠지그래서 나 우리의 얘기를 글로 써우리가 이곳을 떠난 뒤에도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게.


#베티블루 #장위그앙글라드 #베아트리스달 #장자끄베넥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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