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y Blue, 1986
너랑 함께할 수만 있다면 도시 전체도 칠할 수 있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말 한마디 않고 분주히 움직이다가도, 조금 전까지도 너무 피곤했었는데도 너의 옆에 서면 멀쩡해. 너와 있으면 마냥 행복해. 영원히 너와 함께 있을 수 있으면 좋겠어. 너무 예뻐서 자꾸만 쳐다보게 되는 너. 난 오랫동안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맸는데, 네가 바로 살아갈 이유를 준 거 같아. 줄 수만 있다면 이 세상의 모든 예쁜 것들을 너에게 주고 싶어. 길가에 핀 이름 모를 풀들도, 나뭇가지 사이로 비추는 석양도, 이 고요함과 언덕을 내려오는 산들바람도. 이 입술도, 이 눈도, 다 가져. 뭐든지. 우연처럼 나에게 닿은 너의 온기, 내 손에 남은 작은 따뜻함 다시 네 손에 쥐어 주고 싶어. 누구보다 따뜻한 내가 되어 너를 안아주고 싶어.
너의 밤은 모래로 지은 성처럼 부서지기 쉽고 그래서 낮은 파도에 쉬이 쓸려가기도 해. 그걸 보는 나의 밤도 위태로워. 할 수만 있다면 내가 대신 네가 되어 밤을 지새우고 싶어. 따스한 볕이 드는 아침과, 맑은 하늘에 별이 반짝이는 밤들만 너에게 주고 싶어. 공들여 일으켜 세우면 이내 와서 쓸어가는 파도를 내가 어찌할 순 없어도, 갑자기 내리는 소낙비를 내가 막을 순 없어도, 널 내 곁에 두고 있다 보면 너도 언젠가 이젠 괜찮아라고 할 때가 올 줄 알았어. 그랬었어. 조금만 더 이렇게 있을까. 그 어떤 것도, 누구도 우릴 갈라놓을 수 없어. 항상 네 곁에 있을 거야. 사랑했던 우리를, 우리의 사랑을 기억하는 이들도 언젠가 모두 죽겠지. 그래서 나 우리의 얘기를 글로 써. 우리가 이곳을 떠난 뒤에도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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