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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Aug 18. 2021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Silver Linings Playbook, 2012

단 하루만이라도.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어제인지 내일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나날들 속에 일요일이 싫었다. 하나도 들뜨지 않는데, 쓸 데 없이 맑은 햇빛은 나를 찌르는 듯했다. 난 그저 구름 낀 날 같은 사람인데, 맑은 햇빛은 나를 송곳으로 쑤시는 것 같았다. 어차피 비정상인 취급받으면서 구석에만 처박혀 있을 건데 소위 ‘불금’이라던가 ‘내일이 월요일이라서’ 따위의 말 같은 건 나와는 전혀 상관없었다. 나는 멀쩡한데, 사람들은 나더러 정신 나간 놈이란다. 나도 나를 모르는데 당신들은 본인에 대해 잘 아는지, 더구나 남에 대해선 어떻게 알 수 있는지. 누구나 체면과 남의 시선을 중시하면서 두꺼운 방어막을 치고, 속내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위장을 하며 살아가면서. 내가 미쳤다고? 난 그저 어딘가에 꽂혔을 뿐이야. 제길, 나 이렇게 살아왔을 뿐이라고. 내가 보기엔 당신들이 제정신 아닌 거 같은데, 모두가 나한테 그러니 내가 기꺼이 쓰레기가 되어주겠어.

 

19세기 정신병원은 폭력적인 방법을 치료에 동원했다고 한다. 포박과 구타는 말할 것도 없고 때로는 환자를 짐승처럼 쇠사슬에 묶어 강제로 밥을 먹이기도 했다고 한다. 환자를 꽁꽁 묶어 얼음물을 가득 채운 욕조에 집어넣고 고통을 주거나, 전기 충격도 치료법으로 쓰였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이 아픈 것과 정신이 아픈 것은 분명 다른 것이다. 모두가 내게 정신이 아프다고 의학의 힘을 가져다 쓰려할 때, 너는 너의 쓰라린 속살을 내게 꺼내 보였다. 까맣게 딱지가 앉았지만 그래도 너의 반짝임은 가려질 수 없는 것이었다. 애초에 누가 날 이해해주길 바란 것도, 누군가 날 치유해주길 바란 것도 아니었다. 좀 서툴고 부족해도, 무뚝뚝하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날 바라봐주었고 내게 손을 내밀어주었다. 주위의 먹구름을 죄다 끌어 모아 스스로 구름이 된 내게 구름을 걷어내고 햇빛 아래로 끌고 가는 대신 스스로 한줄기 빛이 되어준 너. 나도 네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실버라이닝플레이북 #제니퍼로렌스 #브래들리쿠퍼 #로버트드니로 #데이비드O러셀 #영화


The only way you could meet my crazy was by doing something crazy your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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