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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Oct 12. 2021

<풀밭 위의 오찬>

Le déjeuner sur l'herbe. 1959

에티엔 알렉시 교수(폴 뫼리스)는 인공수정을 연구하는 생물학자이자 차기 유럽통합의장이 될 것으로 유력한 인물이다그는 여성이 아이를 낳는 것은 남성 없이 가능하게 될 것이며섹스는 그저 운동이나 사냥 정도의 행위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그의 약혼녀인 유럽 걸스카우트 총장 마리 샬롯은 육체적인 것은 배제된 정신적인 사랑을 추구하며 에티엔과 약혼했다한편작은 농가에 살던 네네트(카트린 루벨)는 아이들을 좋아하지만 결혼할 남자가 없어 고민하던 중 에티엔의 인공수정에 관한 실험 소식을 듣고 찾아가지만 졸지에 하녀로 취직하게 된다.


에티엔은 이성으로 사랑을 포함한 여러 감정을 컨트롤하고임신과 출산을 포함한 생물한적인 요소 역시 그럴 것이라 믿는다하지만 그는 공부와 연구에만 매진하며 여태 진정한 사랑을 해보지 못한 인물이었고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순수하고 아름다운 네네트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지 않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을 테다마음 속 깊은 곳부터 터져 나오는 욕망은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 입은 유럽통합의장 후보의 체면 따위 무색하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과학기술의 발달로 기상예측까지 가능해진 때에인공수정의 현실화를 논하던 때에 철저히 대비하며 오찬을 준비했으나 강한 북풍을 만나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인공과 천연의 것이 계속해서 대비되는 영화.


저렇게 풀밭에 자리 깔고 앉아 밤이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바람을 맞아본 일이 언제인지바다에서 밀려오는 짠내를 맡아본 게 언제인지 모를 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화면을 뚫고 불어오는 20세기 이탈리아 풀밭의 싱그러운 내음이 좋다기승전결로 짜여진 극의 형식은 무너뜨리고 유쾌하게 짧은 에피소드들을 풀어나가는 르누아르의 자연예찬.


#풀밭위의오찬 #폴뫼리스 #카트린루벨 #장르누아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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