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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입술>

さよならくちびる, Farewell Song, 2019

by 박종승

나는 지금 누구에게 이별을 고하는 걸까. 너를 바라보면서 나는 지금 처음으로 여기 있는 아픔이 사랑이라는 걸 깨달았어. 어차피 멈춰버릴 이 심장에 물을 주고, 시간에 쫓겨서 움직여 온 우리들은 화나고 상처 받고 울고 또 화내고 웃고 사랑하고. 이젠 손이 닿지 않아 먼지가 쌓여가는 노트의 한 페이지에 꾹꾹 눌러 담은 그때의 마음이 있어. 그냥은 할 수 없어 기타 선율에 실어 보냈던 나의 마음이 있어. 대체 언제 이런 마음이 생겨난 걸까. 대체 그 시작은 어디였을까. 이 마음에 사랑만 있는 건 아니지만, 그걸 전부 알아주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난 그저 그랬다는 걸 말하고 싶을 뿐이었어. 가볍게 던지는 “힘내.”, “잘 될 거야.”라는 말 대신에, 나도 마찬가지라는 걸, 기꺼이 너의 손을 잡고 나도 같이 뛰어내리겠다는 걸.


그래도 아직 너를 향해 마음이 외치고 있어 헤어지기 싫다고. 이 가시는 뽑히지 않은 채 있어도 좋아. 내가 너에게 가졌던 마음, 같이 느꼈던 감정들을 오래도록 잊지 않고 지낼 테니까. 나는 네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응원을, 위로를, 사랑을 최대한 말했었어. 차갑게 얼어버린 너에게 계속해서 주어도 모자라 계속 물을 데웠어. 근데 내가 알지 못하는 너의 마음속엔 누구보다 뜨거운 불꽃이 있더라. 너를 보며 ‘저런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하는 동경심과, 그렇게 되지 못했다는 후회가 들었어. 금방이라도 넘쳐흐를 듯했던 말들을 부랴부랴 기타 선율로 막아버렸어. 내가 너한테 어떤 존재였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분명 너에게 구원받았어. 회색 빛 후회가 온 세상을 덮어도, 선명하게 빛나는 너는 잘 보일 거야. 고마웠어. 나는 지금 나 자신에게 이별을 고하는 거야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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