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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Oct 16. 2021

<노회찬 6411>

2021

노회찬 의원님 3주기그리고 그를 다룬 첫 번째 다큐멘터리 영화현재 진행형이 아닌이미 마침표가 찍힌 인물을 다루는 다큐멘터리의 이름은 내가 매일 출퇴근길에 만나는 버스 노선의 이름이다개포동에서 시작해 신도림을 거쳐 강남으로 향하는 첫차 안 노동자들의 삶을 말하던 노회찬 의원의 발언에서 딴 제목인데노동자들 중에서도 청소노동자를 언급하며 그들이 존재하되존재하지 않는 투명인간” 같다고그러면서 그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진보정치인-정당을 존재했지만보이지 않는 투명 정당”이라고, 이젠 냄새를 맡을 수 있는손에 잡히는 정당을 위해 함께 나아가자 소리치던 인물이었다영화는 2000년 진보정당 창당대회그리고 국회로의 첫걸음에서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의사당까지는 걸어서 불과 5분이지만민중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현장에서 여기까지는 50년이 걸렸다고앞으로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의미 있게 하겠다던 다짐으로 시작한 한 정치인의 주변에 있던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담는다결코 짧지 않았던 그 삶의 많은 이야기를 한데 모아 담으려니 사람은 큰데 그것을 표현하려는 연출자의 실력이 부족하다다양한 목소리가 있는데 그것을 하나로 엮는 선이 희미하다노회찬이라는 사람이 생소한 이들에겐 노회찬뿐 아니라 진보 정치사를 단기간에 쭉 훑는 가이드가 될 수도 있겠으나그가 전하려던 메시지를 이미 알고 있는 이들에겐 그를 회고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이 영화의 마지막에서 JTBC 손석희 당시 앵커의 앵커 브리핑을 나도 다시 인용하려 한다노회찬 의원이 세상을 떠난 지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서야 작별을 고했던 그때의 손석희 앵커와 나를 떠올리며.

    

그래서 그의 놀라운 죽음 직후에 제가 알고 있던 노회찬이란 사람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는가를 한동안 고심했고그 답을 희미하게 찾아내 가다가… 결국은 또 다른 세파에 떠밀려 그만 잊어버리고 있던 차에… 논란이 된 그 발언은 나왔습니다.

"돈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분의 정신을 이어받아서야"

거리낌 없이 던져놓은 그 말은 파문에 파문을 낳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순간에 그 덕분에 한동안 잊고 지냈던 노회찬에 대한 규정혹은 재인식을 생각해냈던 것입니다노회찬은 '돈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아니라 적어도 '돈 받은 사실이 끝내 부끄러워 목숨마저 버린 사람'이라는 것… 그보다 비교할 수 없이 더 큰 비리를 지닌 사람들의 행태를 떠올린다면… 우리는 세상을 등진 그의 행위를 미화할 수는 없지만… 그가 가졌던 부끄러움은 존중해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그에 대한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빼버린 그 차디찬 일갈을 듣고 난 뒤 마침내 도달하게 된 저의 결론이었습니다그렇게 해서 저의 동갑내기 노회찬에게 이제야 비로소 작별을 고하려 합니다.

오늘의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노회찬6411 #노회찬 #민환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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