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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Nov 03. 2021

<이터널스>

Eternals, 2021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를 수상한 감독을그것도 <노매드랜드>(2020)의 클로이 자오를 선택한 이유가 마블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예고한 것이라면 나는 이제까지의 태도를 거두고 마블을 지지하겠다캡틴 아메리카를아이언맨을앞으로의 서사를 이끌어갈 메인 캐릭터 한 명을 소개하는 시리즈가 아닌처음부터 <이터널스>의 캐릭터들과 세계관을 모두 설명하려는 시도였다이 세계를 처음 만나는 관객에게 첫 선을 보이는 시리즈로는 155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도 짧을 수밖에 없을 테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장한 캐릭터들의 면면을 고르게 잘 분배하여 소개한 느낌이고그 기틀 역시 잘 다진 것 같다영화가 끝나고 한참 됐는데 아직 그 캐릭터들의 면면이 세세하게 다 기억에 남는다군데군데 난 구멍이야 무시할 순 없다캐릭터 한 명한 명을 먼저 소개하고 난 뒤에 한 자리에 불러 모았던 이전과 다른 시작은 분명 단점이 있다한 영화 안에 처음 만나는 다양한 줄기의 서사가 혼재돼있어 어느 하나에 진득하게 집중할 수 없다이제 좀 집중이 될 즈음이면 다음 캐릭터 서사로 넘어간 후다하나의 사건을 둔 각기 다른 위치의 각기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니라하나의 사건을 관통하고 있는 한 의 이야기라서 이 단점은 보기에 따라 치명적일 수 있을 것이다.


<이터널스>는 애초에 팀이었으나히어로라는 입장에서 다른 견해를 보였던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처럼 내부에서의 의견 대립을 다룬다지구에서 이미 7,000년이나 지내왔던 이들에게 타노스 때는 무얼 했느냐는 물음도 부드럽게 넘어간다아직 이 영화 안에서 빌런은 등장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판타스틱 4>(2015)가 처음 나왔을 때처럼그저 이들의 능력을 소개하기 위한 수단 정도로만 착실하게 기능한다하늘을 나는 능력이 있는 인물만 하늘을 나는 적과 싸우게 한다던가힘이 센 인물에게 덩치 크고 힘이 센 적과 싸우게 한다던가 말이다그렇게 캐릭터에 대한 소개를 하면서 동시에 이들을 하나로 엮는 고리를 관객의 손목에도 걸게 하는 것이 이 영화의 목적이었다면 나는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클로이 자오라는 이름은 이미 중국계 젬마 찬한국의 'Don Lee' 마동석(본명 이동석)과 파키스탄-아메리칸 쿠마일 난지아니청각 장애인 로런 리들로프그리고 마블의 첫 동성애자 캐릭터를 연기한 흑인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한 자리에 잘 어우러지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느껴지게 한다빠알간파아란노오란 색감이 영화는 물론 포스터에서도 돋보이던 이전의 시리즈와는 다르게어딘가 <노매드랜드>의 어두운 색감이 마블의 것에서 보이니 낯설면서도 신선했다북미 어딘가의 초원을 배경으로 할 땐 <노매드랜드>의 공간에 <이터널스>가 등장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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