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룩 업>

Don't Look Up, 2021

by 박종승

6개월 뒤에 전 인류가, 아니 지구 상 모든 생명체가 죽을 위기에 처했다고 해도 귀 막고, 눈 감고 심지어 헛소리를 내뱉는다니. 무능한 것보다 무지한 것에 더 놀라고, 그걸 풍자하는 영화가 그래서 웃기지만 동시에 화가 나고 슬프다. 지구에 충돌할 에베레스트 크기의 혜성을 발견한 두 천문학자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와 랜들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말을 듣고도 조작이니, 여론 선동이니 진영논리가 작동하며, 대통령이라는 이는 본인과 소속 정당의 상태가 좋지 않으니 경과를 지켜보자고 한다. <빅 쇼트>(2015)와 <바이스>(2018)를 통해서도 이미 그랬지만,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아담 맥케이가 허위사실 유포가 아닌 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잡혀가서 이 재밌는 영화를 또 못 보면 어쩌나 싶다. 아담 맥케이는 블랙코미디라는 칼을 손에 쥐고 정치, 사회, 언론, 정부, 기업 등 손에 닿는 건 모조리 난도질한다. 화가 나고 역겨운 상황인데도 유머를 잃지 않고, 극 중 인물들과 함께 슬픔을 느껴야 하는 와중에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빅 쇼트>와 <바이스>는 실제 사건을 실명을 모두 언급하며 다뤘다면, <돈 룩 업>은 혜성이 지구에 충돌한다는 가설을 세워두고, 인물이나 사건, 기관 등을 모두 가명으로 다룬다. 제4의 벽을 깨고 관객에게 말을 걸던 전작과는 다르게 신문 뉴스와 TV 프로그램을 통해 사실처럼 느껴지게 했다. 하지만 관객은 팝스타 비나를 보며 분명히 그것을 연기한 아리아나 그란데를 보고,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대통령 올린을 보며 분명히 트럼프를 보며, 마크 라이런스가 연기한 세계적인 IT기업 배스의 CEO 피터를 보면서는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인물을 떠올릴 것이다. 현재 미국의 것들을 다루지만 한국의 모습도 보인다. 시종일관 "Just Look Up"을 외치는 주인공들이지만 그럼에도 그것에 반하는 "Don`t Look up"이 제목인 것은 씁쓸하다. 뻔히 눈에 보이는 걸 애써 보지 않다가 브론테룩한테 죽는다는 듯. 모든 것을 체념한 듯 고향으로 돌아가 마트에서 일하던 케이트와 율(티모시 샬라메)이 종말을 앞두고 했던 기도가 머릿속에서 떠나갈 생각을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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